/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지난 13일 북한 평양의 평천구역에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붕괴돼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3일 북한 평양의 평천구역에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붕괴돼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제 소식을 보니까 평양시 평천구역에서도 엄청난 사고가 또 난 것 같습니다. 23층짜리 아파트가 붕괴하고, 92세대 정도의 주민들이 완공 전에 미리 입주해 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니 아마도 수백 명의 인명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더욱이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내부적인 사건, 사고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북한이 이에 대해 공개하고, 또 간부들이 사과한 장면을 사진으로까지 내보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8일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졌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등의 간부들이 지난 17일 사고현장에서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 사과했다고 했고 관련 사진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평천구역에 보안부 사택이 많고 부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인민보안부가 책임지고 건설하던 소속 아파트인 모양입니다.

최부일 부장은 사고의 책임을 정치적으로도 반성했는데요, 노동당의 ‘인민사랑의 정치’를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했고, ‘인민보안부가 언제나 인민의 이익과 생명, 재산을 철저히 보위하는 진정한 인민의 보안기관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도 했죠.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외에 당 일꾼들도 매우 이례적으로 나서 사과 했습니다.

리영식 평천구역 당위원회 책임비서는 주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했고,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회 책임비서는 ‘원수님께서 이번 사고에 대하여 보고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여 밤을 지새우셨다’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위간부들을 현장에 보내 구조작업을 지휘하도록 지시했다’고 김정은을 직접 변호했습니다.

아마도 가족들이 살던 아파트가 붕괴돼 어린이, 여성들을 포함해 그 피해가 너무도 참담했을 가능성과, 남한의 세월호 사건을 그렇게 비난하다 큰 사고가 발생했으니 비교돼 자구책으로 내용을 공개하고 사과한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는 대형사고도 세습되나 보죠? 지난 평양 통일거리 건설당시 군 공병국이 건설하던 아파트가 통째로 붕괴돼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었죠. 이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또 유사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고는 건설속도를 장려하면서 경쟁을 붙여 겨울에 채 마르지도 않은 블록과 미장이 봄이 되면서 녹아 무너져 아파트가 붕괴한 사건입니다. 인위적으로 말리기 위해 폐타이어나 나무를 태우면서 건설했었죠.

최근 김정은도 마식령속도니, 조선 속도를 강조하면서 속도전으로 집을 지을 것을 강요하다나니 생긴 대형 참시인 것 같습니다. 1월 8일 수산사업소 건설도 짧은 기간에 끝내 기적이라고 칭찬도 했었죠.

북한에서는 집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새집으로 이사 가는 세대가 남기고 가는 집을 ‘뒤 그루’라고 하는데 이 ‘뒤 그루’가 차례지는 것도 거의 횡재수준이죠.

그러나 이번 대형 참사로 해서 먼저 이사 간 사람들, 그 ‘뒤 그루’에 터를 잡은 사람들 모두가 심경이 너무 참담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생명, 존엄을 최우선’시 한다는 북한에서 무분별한 김정은의 마식령속도, 조선 속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이런 참사를 막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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