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23층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무너져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은 사고 발생 닷새 만인 18일 관영 매체들을 통해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군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아파트 완공 이전에 92가구가 먼저 입주한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규모가 커서 어떻게든 외부에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라면 지금껏 해 온 것처럼 뻔히 드러난 사실까지 딱 잡아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엔 관영 매체들이 노동당과 내각, 군·평양시 책임자들이 일제히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그만큼 북 내부 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평양은 '평양 공화국'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북의 핵심층 250만 명이 사는 곳이다. 김정은은 '혁명 수도(首都)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10만 호 살림집 건설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번에 무너진 아파트도 이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평양 민심이 흔들리면 김정은 정권 역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북한 권력이 이례적으로 머리를 조아린 것은 평양 주민의 분노가 김정은에게까지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은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비방과 욕설·막말을 퍼부어댔다. 그렇더라도 북의 아파트 붕괴 참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북이 세월호 사태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라야 한다. 대형 재난과 사고 지원은 같은 민족으로서 해야 할 인도적 조치다. 북에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 지원을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이런 일이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북 주민들이 김정은 권력과는 근본이 다른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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