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수학 여행길에 올랐던 우리 아이들이 침몰하는 배에 갇힌 채 바다에 빠져 시신이 돼 돌아왔다. 아직도 바다 속에서 건져내지 못한 아이들도 꽤 많다. 세월호의 비극은 배를 운영하는 집단의 욕심과 무책임, 생명을 경시하고 돈만 밝히는 태도 때문에 생긴 인재(人災)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지금의 북한 역시 침몰한 세월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의 비극은 학생들을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던 데서 생겼다. ‘배가 위험하니 빨리 피하라’고 학생들 스스로 자기 생명을 책임지도록 알려주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장과 선원들은 자신들은 먼저 도망가면서 아이들에게는 기다리라고 했다.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전체주의 배급제 국가였다. 식량은 개인이 구할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식량 배급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옴짝달싹도 못하고 자신의 생명을 국가의 권력에 내어 맡기게 되었다. 거주지가 제한되고 자유로운 이동과 생계활동 등 인간이 누려야 할 모든 권리가 통제됐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식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며칠씩 배급을 늦추기 시작하다가 차츰 나눠주는 식량의 양을 줄여나갔다. 그 다음에는 1개월, 2개월씩 식량 배급이 밀리다가 급기야는 1~2년으로 그 기간이 늘어났다. 이렇게 배급이 밀리는데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조금만 있으면 식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북한에서는 1992년 쯤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식량 재조사가 실시됐다. 이 때 인구 23만명이 거주하는 양강도는 5인 가족을 기준으로 국가로부터 받지 못해 밀린 식량 배급량이 평균 1.8t이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밀린 배급표를 모두 반환하라고 하고, 그걸 모아 불태워 버렸다.

식량 배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장사에 나섰지만 북한 당국은 그마저 못하게 했다. 장사를 하면 물건을 강제로 압수하고 벌금을 물렸다. 강제 노동을 시키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감옥에 보내거나 공개 처형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강한 통제 속에서도 일부 주민은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장사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죽기 살기로 장사에 매달렸다. 침몰하는 북한 땅을 뛰쳐나와 중국으로 탈출하고 한국으로 넘어온 이도 있었다. 이들은 그나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북한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김정일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 인구의 12%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굶어죽을 때 “나도 인민들과 같이 죽 한끼를 겨우 먹으며 인민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한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김정일은 한끼에 1000만원도 넘을 고급 음식을 차려놓고 질펀한 파티를 벌였다. 김일성 수령의 시체를 영구 보존하다고 8억9천만 달러를 탕진하기도 했다.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나서 북한 당국이 지시한 대로 장사를 하지 않고 배급만 기다린 이들은 상당수가 굶어죽었다. 북한 내에서 ‘착한사람들은 다 굶어죽고 여우와 승냥이만 남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여우와 승냥이도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배에서 뛰어내린 것이 죄가 되어 남은 가족들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비운을 겪었다. 탈출에 실패해 강제 북송이 되면 인간 이하의 처우와 대접을 받다가 결국에는 죽게 되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김정은 역시 침몰하는 북한호에서 탈출한 북한주민들을 온갖 비인간적인 방법을 다 동원하여 체포하고 강제로 북송시켜 공개처형하고 굶겨죽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겨 고통스러워하는 지금, 북한은 세월호 참사소식으로 노동신문을 도배하면서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무너뜨리기 위한 선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기의 돈주머니만을 생각하며 양심도 상식도 없이 수백명의 아이들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한 집단이나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죽는데도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급급했던 김정일이 무엇이 다를까. 결국 다 같은 살인행위이자 반인륜적 행위이다. 김정일은 호화 사치 생활에만 6억5000만 달러 이상을 탕진하고, 핵무기 개발과 시험에도 13억 달러 이상을 썼다.

북한정권의 이러한 반인륜적, 반민족적 행위들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런 3대세습 집단을 미화하고 보호하려는 세력이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외국에서도 통과되는 북한인권법이 대한민국에서는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 서랍에서 10년 가까이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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