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북한전략센터 평양의 눈

털이 복실한 코트를 벗고,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남한에서는 소풍을 간다. 동물원, 고궁, 놀이공원 등 장소도다양하다. 북한 역시 날씨가 좋아지면 소풍을 간다. 북한에서는 소풍을 ‘원족’이나 ‘들놀이’라고 부른다.

 
 
소풍은 아침 일찍 학교에 모여 정해진 장소로 출발한다. 도착 후에 밧줄당기기, 보물찾기, 이어달리기, 닭싸움 등의 운동회를 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한 풍경이다. 소풍의 주요 행사인 운동회가 끝나면 각자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탈북대학생에게 북한의 소풍에 대해 물어보았다. 먼저, 소풍이 되면 유독 기다려지는 점심시간에 대해 알아보자. 북한에서 소풍 점심시간은 그 학생의 집안 경제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잘 사는 집의 아이들은 떡과 쌀밥에 삶은 계란이나 고기반찬이 들어 있는데, 북한에서는 쌀이 귀하기 때문에 쌀로 만든 떡을 싸올 정도면 굉장히 잘 사는 집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옥수수밥에김치가 전부이다. 위의 학생은 소풍 점심시간 때 하얀 찰옥수수로 지은 밥을 쌀밥이라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나 크게 창피함을 당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경제력은 점심 도시락에서 다시 한번 나타나는데 이는 선생님께 도시락을 드리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잘 사는 집의 부모들은 소풍 때가 되면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시간에 전한다. 이 때문에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탈북대학생은 소풍 점심시간이 되면 잘 사는 친구들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난한 자신의 집안 형편을 원망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선생님들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친구들은 선생님들에게 유독 예쁨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장기자랑 시간에 대해 알아보자. 점심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은 노래,시 낭송,악기 연주 등 다양한 학급별 장기자랑을 준비한다. 노래, 시, 연주곡들은 대부분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 숭배 노래가 대부분이다. 이는 북한의 노래가 대부분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를 위해 작사, 작곡된 곡이 많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탈북대학생은 남한에서도 소풍을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남한과 북한 모두 소풍의 설레임은 같지만 그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소풍 때가 되면 전날 잠도 못자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소풍 당일에는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소풍 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소풍은 명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또한 남한보다 엄격하고 통제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놀 수 있는 날이라서 더욱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남한의 학생들은 북한처럼 소풍을손꼽아 기다리는 느낌도 덜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점심시간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한에서는 소풍이 아니어도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길 수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먹으러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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