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연구센터 신설 이어 대규모 컨퍼런스 예정
산업銀·정금공, 북한 연구파트·통일금융팀 각각 신설
"각 정책기관의 북한연구는 비효율…정리 필요" 지적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전경./다음로드뷰 캡쳐
서울 여의도에 있는 수출입은행 전경./다음로드뷰 캡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통일금융’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 구상을 밝힌 후 북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북한개발연구센터를 만든 데 이어 올 7월 북한과 관련한 대규모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 중이다. 북한개발연구센터는 박사급 연구원 5명으로 구성됐으며 비상근 센터장은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가 맡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통일 전에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북한개발연구센터를 만들었다”며 “7월에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와 함께 컨퍼런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1991년 조성된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이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운용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전경./조선비즈DB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전경./조선비즈DB

산업은행은 올 1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조사분석부 안에 3명으로 구성된 북한 관련 파트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최근엔 조사분석부, 프로젝트금융, 국제금융 부서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정책금융공사는 기존에 북한경제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난달에 조사연구실 산하에 통일금융팀을 새로 만들었다. 중소기업은행(024110) (13,350원▼ 100 -0.74%)은 산하의 IBK경제연구소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기 전이라도 북한 관련 연구는 함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정책금융기관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키워드 참조)’ 구상이 구체화될 것에 대비해 금융지원 체계를 마련해 놓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창립 60주년을 맞아 ‘통일 시대 준비’를 5대 중장기 발전전략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북한 경제 및 산업 현황과 독일 통일 과정에서 금융 부문이 수행했던 역할을 분석해 통일 후 북한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데 산업은행이 주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북한 주변에 도로나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가 늘어나면 금융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라며 “한국업체가 기반시설 개발에 참여하면 수출입은행이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 정책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통일금융을 준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들이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똑 같은 일을 여러 곳에서 할 필요가 없다”며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부터 북한, 러시아, 중국, 유럽을 관통하는 철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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