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일대의 핵시설 사진 (출처=ISIS) © News1 정이나 기자
북한 풍계리 일대의 핵시설 사진 (출처=ISIS) © News1 정이나 기자

풍계리 일대 활동 약 3주간 지속...기만전술 구사 가능성도
9개 격벽 설치시 갱도 봉쇄 없을 듯...시기 가늠키 어려워

북한이 지난 3월3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핵실험 국면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핵실험 준비를 진행했는지를 다각도의 정보를 통해 파악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풍계리 일대 지역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일종의 '기만전술'을 활용하고 있는 정황도 상당수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국방부는 풍계리 일대의 활동 증가를 공식 발표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4월30일 전 큰 것 한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핵실험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같은 정보가 우리측에 대한 역정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의 대북 관련 민간 차원의 연구소들도 풍계리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상황을 분석하며 대체로 핵실험이 '임박' 단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들은 풍계리 핵시설의 갱도와 터널로 보이는 부분에서 아직 활동이 활발해 봉쇄 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통상 핵실험장으로 연결된 터널이 봉쇄돼야 사실상 핵실험 준비가 모두 완료돼 폭발 실험 직전의 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날 미국의 CNN 방송은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의 정보 위성의 사진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며 "북한이 곧 터널을 폐쇄하고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핵실험 '임박'에 대한 주장도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 2월 단행한 3차 핵실험 당시에는 이같은 갱도 입구 봉쇄 단계 없이 핵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추이가 주목된다.

1, 2차 핵실험 당시 정보 당국은 북한이 갱도를 봉쇄하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으나 3차 핵실험 당시에는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과거 북한은 2010년 9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2차 핵실험 장면에서 9개의 격벽이 설치된 핵실험 갱도를 공개한 바 있다.

군을 포함한 정보 당국은 이같은 구조가 핵실험 진행시 최소 5개의 격벽 안에서 핵물질 및 방사능 유출이 차단되도록 만들어진 구조로 별도의 갱도 봉쇄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차 핵실험 당시에는 북한은 이같은 구조 없이 갱도를 봉쇄해 핵물질 등의 차단을 막는 전형적인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차 핵실험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격벽 구조가 성공해 3차 핵실험에서는 갱도 봉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4차 핵실험에서도 갱도를 별도로 봉쇄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핵실험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당시에는 공기 중으로 퍼진 제논 물질을 포집해 핵실험 여부를 확정할 수 있었으나 2009년 5월 2차, 지난해 3차 핵실험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지 못했다.

북한이 별도의 갱도 봉쇄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위성사진 분석만으로는 정확한 핵실험 준비 단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게 돼 북한의 기만전술에 대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풍계리 일대의 활동을 통한 기만전술을 구사하며 정세를 살피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히 핵실험을 한다 안한다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핵실험이 진행됐을 때 그 파괴력과 폭발력 등을 보고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위협'이 된다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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