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조 방침을 재확인한 데 대해 북한이 강경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서자, 남북경협주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29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사격 훈련을 하자 이들 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25일 이후 에머슨퍼시픽(025980) (7,750원▼ 90 -1.15%)은 4.5% 하락했다(30일 오전 11시 25분 주가 기준). 이 기간 재영솔루텍(049630) (1,395원▲ 0 0.00%)은 3.5% 내렸으며 이화전기(024810) (517원▼ 1 -0.19%)는 2.8%, 선도전기(007610) (2,505원▲ 5 0.20%)는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북한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대북 송전 사업을 하고 있어 남북경협주로 분류된다. 에머슨퍼시픽은 금강산 관광지구 안에 리조트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영솔루텍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이다. 이화전기와 선도전기는 대북 송전 사업을 하고 있다.

남북경협주의 이 같은 주가 흐름은 북한의 대남 도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따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북한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와 온 민족의 충고와 경종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한 남북 관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29일에는 서해 해상 NLL 인근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해안포 50여발을 포격했으며, 10분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NLL 인근에서 사격훈련을 한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 약 한달만의 일이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대북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은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남북경협주의 주가 하락세가 오래 가는 편이었으나, 선제 학습 효과로 인해 요즘은 하루 이틀이면 다시 반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북한이 여러 차례 도발했음에도 이들 종목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 역시 남북경협주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올 들어 에머슨퍼시픽의 주가는 74% 가까이 올랐다. 이화전기는 4%, 선도전기는 3.3%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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