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산상봉 행사를 계기로 북남관계도 개선돼야 하지 않갔습니까."

지난 2월20일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장. 북한 금강산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기자들에게 "이제는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하지 않갔습니까', '북남이 서로 이해하는 자리가 빨리 만들어져야 합네다"라며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를 냈다.

북측 관계자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은 제 머리를 굴리는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은 자기 생각이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남북관계도) 잘되지 않겠나"라며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이후 3년4개월 만에 성사된 이산상봉을 계기로 남북교류 활성화와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 등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는 남북 간 공감대가 상봉기간 내내 형성됐었다. 상봉행사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최고존엄'의 의중이 반영된 북측 관계자들의 발언을 떠올리며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두 달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는 여전히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형태의' 제4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으로 10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시골 아낙네'로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의 제안도 거절했다. 북측은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담은 드레스덴 제안을 맹비난하며 공식 거부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의 확대와 남북 경제협력의 다변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움직임을 경고하고 핵 포기를 촉구했지만 도리어 북한은 박 대통령이 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며 핵개발 강행 의사를 밝혔다.

또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경제 제재조치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요구한 천안함 사건과 관광객 피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있는 조치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북한은 언제까지 한반도 긴장만 조성할 것인가. 근거없는 비방중상만 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개선하기위해 대화에 나서는 등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을 수용하고 국제사회가 강력히 요구하는 비핵화를 실천해야 한다.

'추가 핵실험시 새로운 강도의 국제적 압박과 제재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무심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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