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남북물류포럼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북한이 지난 4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공식거부 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의 재판이 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드레스덴 제안’이 북한의 자존심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북한 주민을 겨냥한 ‘민·정분리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거부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아쉽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환경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첫째, 북한 환경이다. 김정은 정권은 현재 극심한 포위의식에 빠져있다. 핵문제를 두고 남한, 미국, 일본 등의 대북 강경책뿐만 아니라 중국마져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압박에 대해 북한은 ‘김정은 정권 교체’ 시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도 ‘김정은 죽이기 연습’으로 북한은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가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라면서 정치군사적 문제의 우선 해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어떤 대북제의나 대화도 ‘북한붕괴 전략’이자 ‘북한죽기기 책략’이라고 북한은 주장한다. 남북간 신뢰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둘째 남한 내에는 극심한 ‘남남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보수세력의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반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정은 정권 교체 없이는 어떤 대북 지원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통일대박론’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기에다 젊은층의 무관심은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이다. 대북 사업을 ‘퍼주기’로 몰아세운 보수언론 또한 큰 장애요인이다. 남북협력이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변하지 않는 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대북 정책을 원활히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권이이기 때문에 진보정권보다는 기득권 세력인 보수집단을 설득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험악한 주변 환경이다. 미·중간 세계 패권 경쟁, 중·일간 동북아 패권경쟁,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 한일 갈등, 남북 대결 등은 한반도 통일을 심각히 저해하는 요소들이다. 강대국간 패권 경쟁은 통일을 통한 ‘거대한국’의 등장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변국들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분단 상태 지속을 선호한다. 남북통일을 통해 ‘거대 한국’이 등장한다면 통일한국은 강대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동북아의 균형이 깨질 것을 강대국들은 우려한다. 특히, 미국은 통일한국이 ‘친중 정권’이 될 것을 두려워한다. 미국의 석학 헌팅턴(S.Huntington)은 일찍이 한국을 중화문명권으로 분류한 바 있다. 미국이 아무리 한국을 키워줘 봐야 결국 ‘친부모’인 중국으로 붙을 것이란 우려가 미국 사회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일본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박근혜 정부의 ‘균형외교’를 의심하는 이유도 한국의 ‘친중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대륙세력의 융합을 극히 두려워하여 집단자위권을 부르짖고 있다.
현대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던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은 보수정권인 닉슨(Nixon) 대통령이 해냈다. 닉슨은 보수파였기 때문에 보수파들은 닉슨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관계개선하는 것이지 공산주의를 편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소련과 중국의 분리 전략이 맞아 떨어져 소련은 붕괴하였다. 1990년 10월 독일 통일을 이룬 것도 보수당인 독일 기민당인 콜(kohl) 수상이 이루어냈다. 보수정부였기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를 설득할 수 있었고, 국내의 보수파를 설득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1970년대 초 최초의 남북당국 대화 모두 보수정권이었던 박정희 정부가 해내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고비마다 ‘대결단’을 통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절대적인 국민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역사의 획기적 전환은 진보세력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세력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에 이에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