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확실한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는 한 쉽게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써니 리 연구원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최근에 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변화인지 표면적인지는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써니 리 연구원은 미국 하버드대와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1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북한과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해 왔다.

그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최근 발언은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화가 났지만, 이것이 그 다음 행동(대북정책 변화)으로 바뀔 만큼 한계점까지 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중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900여개의 물품과 기술을 대북 반출 금지 목록에 올렸지만 그 이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써니 리 연구원은 “당시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크게 옥죄고 있구나 하고 환호했지만 중국은 그 조치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등에 대해 미국 측의 반복적인 요청에도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는 이유로 미·중 관계를 들었다. 써니 리 연구원은 “중국은 자국이 북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미·중 간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교적 발언과 실제 정책 사이에 차이가 나는 사회주의 체제의 고유한 특성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써니 리는 “북한은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체제에 정당성을 제공해주는굉장히 유용한 도구”라면서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자국의 정책을 오판하도록 선전 효과를 겨냥해 하는 발언과 실제 행동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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