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국방 모두 "핵실험 언제든 가능" 분석...北 '기만전술' 구사 가능성 배제 못 해
오바마 美 대통령 방한에서 나올 메시지 및 정부 대응 수위에 주목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인 23일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는 조의를 우리측에 전했다. 이로 인해 우리측에 강온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이후 무력도발과 대미, 대남 비난을 가하며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해온 북한은 급기야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의 활동을 재개하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물론 통일부, 외교부 모두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나름의 정보를 통해 북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그간 이들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의 핵실험 전망에 대해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던 입장을 보여왔었으나 24일 최근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는 북한의 행동이 재개됐다는 데에는 이견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23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명의의 '공개질문장'을 발표했다.

조평통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10가지 주장 및 요구사항을 밝히며 우리측의 성의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조평통의 '공개질문장'이 북한이 올초 국방위원회 명의로 발표한 '중대 제안'과 '공개 서한'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의 유화 제스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는 우선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이나 답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지만 이번 '공개질문장'의 의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바라본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북한이 질문장을 낸 목적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아울러 23일 오후엔 조선적십자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심심한 위로'를 전달해왔다.

북한이 우리측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사고와 관련해 통지문을 보내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세월호 사건를 고리로 남측 정부를 비난해온 그간의 태도에 비춰보면 상당히 달라진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실험 국면이라는 큰 틀에서 살펴봤을 때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든 북핵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명분을 쌓기 위해 '공개질문장'과 세월호 애도 통지문을 이용해 사전 포석을 깔아놓는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 발표되면 북한은 초강경 모드로 선회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해 3차 핵실험을 앞두고 단행한 2012년 12월 장거리 탄도체 '은하 3호'를 발사를 앞두고는 대외적으로 로켓을 해체하는 모습을 보인바 있다.

또 24일 조선신보를 통해 우리측과 미국이 핵실험을 언급한 것에 대해 "세월호 사건의 여론을 돌리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으나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을 앞두고도 매체를 통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핵카드를 손에 쥔 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서 나올 메시지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본 뒤 최종적으로 핵실험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핵실험이 미칠 파장이 이전 세차례의 핵실험 때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핵카드를 써버리는 전술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특히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서 나올 한미의 대북 메시지보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추가적 조치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 국면에서 문득 나름의 유화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같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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