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서울-노재완 nohjw@rfa.org

성백웅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팀장
성백웅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팀장
지난 2010년에 내려진 5.24 대북조치로 남북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교역은 그나마 개성공업지구가 있어 유지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경제 전문가인 한국무역협회의 성백웅 박사를 만나 남북교역과 북중무역의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성백웅: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해 남북교역 규모는 어느 정도 됐습니까? 전년도와 비교해서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성백웅: 지난해 남북교역은 대북 반출과 반입을 합하여 11억 4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43% 정도 감소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남북교역은 거의 100% 개성공단과의 교역으로 보시면 됩니다.

기자: 결국 지난해 남북교역액이 급감한 이유도 개성공업지구 가동 중단 때문이군요?

성백웅: 물론입니다. 2012년만 해도 개성공단 교역은 전년대비 15% 넘게 성장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가동 중단 말고는 이를 설명할 만한 변수가 없습니다. 비록 일시적인 중단이긴 했지만, 그 충격이 그만큼 컸던 것이지요.

기자: 개성공업지구는 현재 거의 정상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사님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성백웅: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거의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된 것 같습니다. 금년도 1~3월 반출입통계를 보아도 전년 수준의 95%를 넘어서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기자: 개성공업지구에서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남한으로 반입되는 품목은 무엇입니까?

성백웅: 개성공단에서 가공하여 들여오는 품목을 보면 크게 남녀의류, 신발, 모자 등의 섬유류가 있고요. 그리고 인쇄회로, 송수신기, 전열기 등의 전기전자 제품 등이 있습니다. 섬유류와 전기전자 제품이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자: 요즘 철도와 에너지 부문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문제는 경제성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십니까?

성백웅: 철도와 에너지는 초기에 투자가 많이 드는 사업입니다. 그런데도 관심이 많은 것은 동북아지역의 국제평화와 경제교류에 주는 기대효과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전제로 해서 논의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성을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유라시아 물동량이나 이동객, 특히 중국인의 한국방문, 한국인의 중국방문 동향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경제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코레일 사장이 엊그제 국제철도협력기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갔는데요. 이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겠죠?

성백웅: 지금 당장 크게 기대할만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이러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북쪽의 생각을 알아보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5.24 조치 이후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해 경제봉쇄를 하고 있는데요. 일부에선 이것이 별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마도 북중무역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성백웅: 아마도 이러한 주장은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이 심하게 감소한 반면 북중무역은 크게 증가해 나온 얘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정확히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남북교역 감소의 상당 부분이 북중무역으로 전환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다만 저희 같은 전문가들은 북중무역의 증가에 따라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고,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북한이 남북교역 재개의 필요성을 점차 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부터는 북한과 중국간의 무역을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북중 간의 무역은 어땠습니까?

성백웅: 지난해 북중무역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 속에서도 거의 11%가 증가했습니다. 북한과의 교역에서 한국이 매년 1~2억 달러의 적자를 본다면, 중국은 매년 7~11억 달러가량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도 중국은 대북교역에서 약 8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습니다.

기자: 지난해 장성택 숙청이 북중무역에 어느 만큼 영향을 미쳤나요?

성백웅: 장성택 숙청은 지난해 말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 북중무역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장성택과 장성택계 인맥, 조직 등이 대중교역 주요 창구였다고 봤을 때 이것이 와해되고 있으니 북중무역은 한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성택 숙청 이후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장성택이 중국식 개혁을 지향했던 친중 개혁파이었다는 겁니다. 북한이 장성택을 제거하면서 중국식 변화를 거부하고, 자기식 폐쇄형 경제운영에 더욱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북중무역이 다소 위축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나 경제협력은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까?

성백웅: 우선 북중교역을 보면 중국은 북한에 원유, 섬유 원부자재, 플라스틱, 기계류 등을 수출하고요, 북한으로부터는 주로 무연탄과 철광석, 섬유완제품 등을 수입합니다. 주로 북한이 중국에 지하자원을 팔아 필수물자를 구입해오는 구조인데요. 여기서도 주목할 것은 북한이 소진성이 강하고 가격 불안정이 큰 지하자원 중심의 수출구조를 벗어나서 안정적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수출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교역의 품목별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중 경제협력은 북한의 광산개발 및 관련 인프라 투자, 접경지역 경제특구 및 교통(도로, 다리) 인프라 등의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대북경제협력은 중국의 동북 낙후지역 개발과 북중관계 강화를 위해서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2011년 6월 착공식을 가진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와 나선경제특구 공동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경제특구의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또 이들 특구 내에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를 해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공개된 자료가 없어서 정확한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의 중국 무역 의존도가 매년 상승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까지 올라갔습니까?

성백웅: 현재 북한 당국이나 유엔, WTO 등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북한무역 통계는 없고요. 코트라(KOTRA)가 매년 세계 각국에 있는 무역관을 통해 해당국의 대북무역통계를 수집하여 발표하는 보고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트라 2012년 보고서를 보면 북중무역이 북한 대외무역의 88%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숫자는 남북교역이 빠진 상태에서 산정된 것으로 남북교역을 포함하면 북한의 중국무역 의존도는 68% 정도가 됩니다. 물론 2013년도 남북교역을 포함한 북한의 중국무역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해 남북교역이 43% 가깝게 감소한 반면 북중교역은 11% 정도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남북교류와 사람들, 지금까지 한국무역협회의 성백웅 박사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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