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는 북한의 ‘386 대표’ 양태현(37)씨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말끔한 용모에 과거 북한의 대화전문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가 회담장이나 오찬·만찬장을 오갈 때마다 남측 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공세를 펼쳤다.

첫 회담 탓인지 비교적 말을 아끼던 그가 30일 낮 신사동 삼원가든에서 있었던 오찬에서 입을 열었다. 남측 기자들이 첫 서울 방문 소감을 묻자 “우리 나라 우리 민족 내나라 사람들이라는 소감, 아주 기쁘다. 내가 젊은 사람으로 와서 느끼는 바도 크다”고 답했다. 북측이 밝힌 그의 직함은 내각 사무국 성원(성원·직원). 직위는 없다.

양태현은 지난 1991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제4차 고위급회담 때 ‘양태영(양태영)’이란 이름으로 우리 측 대표단의 안내를 맡았던 인물이라고 당시 대표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양태영은 양강도에서 태어나 평양 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청년 학생위원회 연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 북측 안내원 중 비교적 젊었고 개방적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기억했다. 북한의 권력세습을 문제 삼은 데 대해 “김정일 장군님은 수령의 혁명과업을 수행할 적격 인물로 판단해 전 인민들의 결의로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그는 우리 대표단과 헤어질 때 “앞으로 젊은 사람끼리 통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9년 만에 남측 대표단 안내원에서 남북 협상 대표단으로 신분이 바뀌어 서울에 온 셈이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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