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저는 북한 신문도 읽고 러시아 신문도 자주 읽는 러시아 사람입니다. 그런데 북한 언론의 러시아 관련 기사들을 볼 때마다 참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언론은 러시아에 대해서 많이 보도해왔습니다. 사실상 러시아만큼 북한 신문에서 기사를 많이 다루는 나라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통계와 정치 관계의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이 언론만 보게 되면 러시아가 북한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러시아 신문은 북한에 대해 별로 다루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보도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매우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사실상 러시아 언론이 바라보는 북한에 대한 입장은 서양언론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러시아 신문을 읽는 독자들은 북한이 별로 힘이 없는 이상한 독재 국가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옳다 그르다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지만 이것은 러시아 언론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경제 통계를 보면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량은 10년 전부터 1, 2억 달라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오늘날의 국제 무역기준으로 보면 이것은 전혀 교역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과 중국의 무역량은 이보다 50배나 큰 65억달라 수준입니다.

정치적 관계도 그리 가깝지 않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 핵무기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UN안보리이사회에서도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지지해왔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언론은 정치적으로 그리 가깝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그리 우호적이지도 않은 러시아를 왜 이처럼 자주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유는 북한 국내정치 때문입니다.

오늘날 북한은 세계 무대에서 너무 고립된 국가입니다. 이것은 북한정권 입장에서 본다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정부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정책은 합리주의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정부도 국민들에게 북한체제를 지원하는 강대국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러시아에 관해서 많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과 제일 가까운 나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입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층들은 중국을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북한의 무역과 경제를 거의 독점한 중국이 북한을 아시아에서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쓸모가 있는 완충지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나중에 북한 국내 정치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고 북한측은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역사에서 1956년 8월에 중국 정부가 김일성을 반대하는 세력을 지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가 아주 매력적인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경제관계가 별로 없는 이유로 러시아가 북한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리 위험한 나라라고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지도층은 일반 인민들이 중국과 너무 가까운 관계를 지속한다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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