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북한의 내각 상업상(장관급)에 올랐던 리성호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리성호의 장인인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서 제외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RFA에 “김영춘의 사위로, 장인 덕분에 상업성 부상을 거쳐 상업상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던 리성호가 서해 4군단 섬 방어대 병실과 군관 주택을 새로 지어주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불만을 표출했다가 말이 새는 바람에 숙청되었다”고 말했다.

리성호는 지난해 3월 김정은이 서해 장재도와 무도 방어대를 방문했을 때 군 병실과 군관들의 살림집이 너무 허름해 다시 지어주라고 내각성에 지시하자 비공식 자리에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도와 무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있는 북한 섬으로, 이곳에는 한 개 대대 병력이 섬을 방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까지 물동량을 날아오는데 배를 써야 하고, 또 북한 당국이 수도 건설공사를 각 성급 중앙기관에 맡긴 상태에서 김정은이 또다시 무턱대고 지시하자 간부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김정은의 비현실적인 지시에 리성호가 불만을 터뜨리자 이를 누가 고자질해 결국 숙청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리성호에 대한 처벌 수위와 관련해 “김영춘의 체면을 봐서 총살형은 면한 것 같다”는 말을 다른 중앙 간부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서해 장재도와 무도가 장성택 숙청의 발단이 된 곳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다고 자신을 깔보던 간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당시 사건을 크게 다룬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장성택도 섬 방어대 군인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풀기 위해 수산부업기지를 넘기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불복했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북지방에 나온 북한 무역상도 “리성호 사건으로 김영춘이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탈락했다는 소문이 간부들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리성호 사건 이후 김영춘은 권력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고 말했다.

김영춘은 1996년 반(反)김정일 ‘쿠테타’로 알려진 ‘6군단 사건’을 조기 진압하면서 김정일의 신임을 얻은 뒤, 북한 군부의 핵심실세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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