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북한전략센터 블로그

오랜 고생과 역경 끝에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을 때, 북한이탈주민이 느낄 두근거림과 설렘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 살게 되면 이들 대부분은 낯선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등을 겪게 된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여건이나 제도적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북한이탈주민의 급격한 입국 증가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여 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바로 정착도우미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하나원에서 막 퇴소한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의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줌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의 일상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것에 있다. 정착도우미는 모집 후, 일정 기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그들과 비슷한 연령의 북한이탈주민을 돕게 된다. 남한 사회 적응을 보다 잘할 수 있게 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착도우미 소개>

정착도우미 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재단과 ‘북한이탈주민 정착도우미사업 위탁예약서’를 체결한 각 지역의 기관(대한적십자사, 종합복지관, 하나센터 등)에서 수시로 모집을 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3년 전 지역 하나센터를 통해 정착도우미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는 제도가 정착된 지 얼마 안되었기에 보다 쉽게 정착도우미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보안 등의 문제로 보다 선발이 엄격해지고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정착도우미로 선발되면 활동 기간은 보통 6개월 내외이다. 이 기간에 정착도우미는 은행이용 방법, 인터넷 사용법, 휴대폰 구입 등부터 시작해서 남북 문화차이 설명 등 일상생활의 전반적인 부분까지 함께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탈주민이 대구에 정착한다고 해보자. 지역의 길 안내부터 시작해서 문화시설 관람, 가전제품 구입, 생필품구입, 전입신고 및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신청업무 절차, 핸드폰 신청, 교통이용, 병원/보건소 이용, 쓰레기 분리배출,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 현금관리 방법 등. 정착도우미는 우리가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도와준다. ) 북한이탈주민이 원하는 바에 따라 활동 내용은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정착도우미 역할>

첫째는 가족과 친구로서의 역할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할 사람 역시 필요하다. 낯선 남한 땅에는 가족 뿐만 아니라 친구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착도우미들은 말없이 그들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새 시작을 격려하는 가족과 친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둘째는 사회적 관계를 돕는 역할이다.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과정에서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기 때문에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남한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잘 맺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정착도우미의 역할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은 남한과 북한의 체제 차이로 인한 가치관 등의 차이에 대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생각의 차이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나의 정착도우미 이야기>

이제 북한전략센터 블로그 기자단인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본인은 2011년 지역의 하나센터와 인연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고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봉사학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센터를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북한이탈주민을 알아가고 친구가 되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2011년부터 6개월 간 함께했던 ‘철수’(19세, 가명)가 있었다.

‘철수’는 꾸미기를 좋아하는 친구였고, 남한 친구들보다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곤 했다.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하지만 남한에서 처음 겪는 학교 문제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친구들과의 소통 문제, 북한의 각종 도발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눈총, 남한의 입시제도 등 때문이었다. 그래서 철수는 대안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어 했다.

정착도우미였던 본인은 철수의 이야기를 먼저 모두 들어 주었다. 그리고 남한의 청소년들도 친구들과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 해주었다. 철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편견없이 들어주는 것에 고마워했다. 그때 느꼈다. 북한이탈주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

끝으로 정착도우미에 지원할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1. 자기의 궁금증을 해소 하기위해 북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는 것

2. 가전제품이나 핸드폰 구입 시 골라주지 말고 알아서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게 내버려 두는 것

3. 무리한 종교 선교 활동을 하지 않는 것

4. 북한이탈주민이 마음의 문을 열기 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

5. 충분히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에 대한 이해교육을 사전에 받을 것

 
 
하나원을 퇴소하고 북한이탈주민이 처음 만나는 남한 주민은 정착도우미가 최초다. 그런 만큼 정착도우미의 사명감은 무겁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쓰고 있는 정착도우미. '이들이 진정한 애국자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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