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화폐 통합 연구 부서' 설립 추진
정책금융기관도 '통일 연구' 채비
"통일 이슈, 궁극적으로 경제문제로 수렴"


나라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통일 재정을 전담 관리하는 과(科)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은행도 통일과 관련한 화폐 통합을 집중 연구하는 부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재정·통화당국이 통일 이슈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내 예산실을 중심으로 통일재정과를 새로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 내에서도 통일 관련 내용을 다루는 과가 많다"며 "지금과 달리 통일재정과를 신설해 업무와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통일'이 들어간 이름의 과가 신설된다면 이번이 처음이 된다.

현재 기재부 예산실의 행정예산과에서 통일 예산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 외에 미래사회정책국, 대외경제국 등에서도 통일과 관련한 장기 전망 수립이나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이 각 실·국에 흩어진 통일 관련 업무를 한 데로 합쳐 총괄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통일이 장기 과제인 만큼 단년도 예산 편성이 아닌 재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명칭은 통일예산과가 아닌 통일재정과로 검토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일재정과를 기재부 내 어느 국·실 산하에 둘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실무작업이 이뤄지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은 내에 통일과 관련한 화폐통합·경제통합 문제를 연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며 "통일 후 화폐교환 비율 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만큼 서서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은에서는 국제경제실 내부에서 북한 경제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전담 조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1주년 담화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이후 통일은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했고, 최근 들어선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 이슈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책금융기관 중 산업은행은 연초부터 조사분석부 내 동북아팀을 만들고 북한 연구를 시작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5일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출범했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은 "지금은 통일 문제가 정치, 외교 문제지만 향후 남북 통합이나 북한의 변화가 일어나면 모든 문제가 경제 문제로 수렴될 것"이라며 "특히 재정, 통화 부문에서 연구와 준비가 많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각 기관의 통일 비용 전망치는 천차만별이지만 통일 이후 10년간 최대 300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자금 소요가 막대해 철저한 경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김 부원장은 "지금 준비 중인 통일준비위원회의 핵심도 경제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당초 이달 공식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남북 관계가 악화되며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그는 "북한 화폐나 환율에 대한 부분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연구가 이뤄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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