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북한전통음식연구원 원장
이애란 북한전통음식연구원 원장

오는 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102주년이다. 태양절은 김일성을 구세주로 찬양하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주체 연력까지 만들어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김일성 우상화의 극치에 해당한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세습 정권은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의 출생 신화를 만들어내고 인간을 신으로 둔갑시켜 혹세무민을 해왔지만, 정권 초기에는 모든 종교적 행위와 민간 신앙을 반혁명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엄청난 탄압과 처벌을 가했다. 사회주의 기틀이 마련된 1958년부터 북한의 종교인들은 물론이고 신내림을 받은 무속신앙인들은 모두 처벌 대상이 돼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산간오지로 추방돼 격리된 생활을 했다. 손금을 보거나 점을 치는 행위는 반사회주의적인 행동으로 간주돼 철저히 배격을 당했다.

그러나 김일성 가문이 사실은 무당으로 둘러싸인 미신 집안이었다. 김일성의 어머니였던 강반석은 남한에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권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독교로 개종하기 전까지 무당이었고 작두를 타기도 했다고 한다. 김일성의 고모(아버지 김형직의 막내여동생)인 김형복도 아주 용한 무당이었다. 최근 북한 내에서 대대적으로 나돌고 있는 한 예언서도 김형복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북한에서 생활할 때 김정일의 점쟁이와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김정일은 점보기를 엄청 좋아했다. 점을 맹신해서 어떤 일을 하든 먼저 점부터 보고, 점쟁이가 내놓은 점에 따라 행동 방향과 일정을 정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당중앙위 서기실에 특별서기 2명을 두고 있었는데 이 특별서기직이 바로 김정일의 전용무당들이다. 김정일과 김경희가 점을 좋아하고 무당을 신뢰한다는 소문은 북한에도 꽤 많이 퍼져 있었는데, 김정일은 일정을 잡았다가도 점쟁이의 점괘가 수상하게 나오면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북한에서 점보는 행위는 비사회주의적인 행태로 탄압과 처벌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김정일과 김경희는 누구보다도 점을 맹신했다.

일례로 김정일은 자신의 출생일을 신격화하기 위해 1998년 7월 10기 대의원 선거 때 666호 선거구에 입후보했다. 1999년 7월 6일자 노동신문은 ‘위인전설 666’이라는 논평을 통해 “6을 세 번 곱하면 ‘216’(김정일 생일)이 나오고, 조선반도에서 여섯 번째로 세워진 국체(國體)라는 의미도 있다”고 선전한 적이 있다. 김정일은 또 11기엔 649호에, 12기에는 333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노동신문은 649에 대해 “6, 4, 9 세 숫자를 곱하면 ‘216’이며, 9와 4를 곱하고 여기에 6을 더하면 42(김정일 출생연도)란 숫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이 다 김정일이 미신을 숭배한 데서 비롯된 것들이다.

김정은은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 13기 1차 회의에 666명의 대의원들을 참가시켰다. 김정은 또한 미신 혈통의 후예로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미신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반증이다.

김일성의 막내동생인 김영주는 1973년 김정일에게 숙청돼 20년동안 자강도에 추방돼 있었는데, 김일성의 고모이자 무당인 김형복도 이때 같이 내려와 살았다고 한다. 김형복은 자강도에 살면서 꽤 용한 점을 많이 쳐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는데 일반인들이 점을 치면 모두 숙청되지만 김형복은 김일성의 고모였기 때문에 무사했다. 김경희는 김영주가 자강도에 살 때 한 해에 한 번씩은 꼭 김영주를 만나러 자강도를 다녀갔다. 그런데 그 이유도 고모 할머니한테 점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북한이 종교와 무속인들을 깨끗이 숙청했다고 하지만 김일성 사망 이후 수백만이 굶어죽고 북한 사회주의가 멸망 직전에 놓이게 되자 점쟁이들이 다시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온갖 예언이 쏟아져 나오고 별의 별 설이 난무하는 등 미신이 다시 성행하기 시작했다.

요즘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고모할머니였던 김형복의 예언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는 “김정일이 아주 급하게 객사를 하게 되는데 김정일 객사 후에 북한에는 82년도에 태어난 아이가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된다.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주 욕심이 많고 포악하며 쟁기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쟁기놀이를 아주 즐기게 될 것이다. 불을 좋아하는 놈은 불에 타죽는 것이 운명이듯이 그 아이도 쟁기놀음 때문에 쟁기에 맞아 비명에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아이가 죽으면 결국 통일이 될 것이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까마귀 하루 열두가지 소리를 하다가 나중에는 자기 죽을 소리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김일성의 고모이자 김정일의 고모할머니이며 김정은의 증조 고모할머니로 백두혈통의 뿌리인 김형복의 예언서가 3대를 이어온 김일성 가문의 멸망을 예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2014년 태양절이 마지막이 돼 김일성 가문의 저주가 여기서 멈추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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