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1일 "최근 경기도 파주,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잇따라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 항공기는 북한 무인기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비행체의 특성과 탑재 장비, 비행경로 등을 조사한 결과 북의 소행인 것이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대북(對北) 대응 조치는 한·미 합동으로 진행 중인 무인기에 입력된 GPS(인공위성 위치 정보) 좌표 분석을 마친 이후에 취하기로 했다. 이 작업을 통해 무인기가 북한에서 이륙했고, 북으로 돌아가도록 좌표가 입력돼 있는 것까지 확인한 뒤 북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북한 무인기는 삼성 4메가D램 등 한국제 부품과 미국·일본·중국·체코·스위스 등 6개국에서 만든 상용(商用) 부품 등을 이용해 조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전문가들은 "한국 대학생들이 이미 몇년 전에 만들었던 정도의 초보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실전 배치한 군용 무인기는 비행체에 내장된 컴퓨터와 통신 장비를 통해 무인기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는 사전에 입력된 GPS 좌표에 따라 비행하도록 돼 있어 세계적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이 초보적 무인기가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위까지 날아와 사진 촬영을 하고, 북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격 도발에 맞춰 백령도 일대의 우리 군 시설을 정탐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사실 동체(胴體) 길이와 좌우 폭이 2m가 채 안 되는 북한 무인기를 사전에 탐지해 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우리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 못지않게 국민의 불안을 키운 것은 사건 초기 군의 미덥지 않은 대응이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사건 발생 9일이 지나서야 이 비행체들이 북한 무인기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을 만큼 문제투성이였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 김정은이 1~2년 전부터 무인기를 대남 도발에 이용할 생각을 내비쳤는데도 아무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북은 초보적 수준의 무인기 몇대로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드는 최대의 효과를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북의 무인기 수준이 낮다 해도 그 격차는 머지않아 좁혀질 것이다. 북은 핵·미사일 개발에서 이미 그런 능력을 보여줬다. 북이 앞으로 기술적 개선을 거듭할 경우 언젠가 이 무인기는 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북의 무인기 기술 발전을 전제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고가(高價)의 장비 도입부터 서두를 일은 아니다. 북 무인기 수준과 우리의 안보 수요(需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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