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북한 측도 호의적"
"주부들, 개성 나무심기부터 시작...기초 연구해야"
"北 종교계·기업자금 환영 분위기…실질교류 필요"

최금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News1
최금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News1

"개성여성과학디자인대학을 지을 지 모른다는 소문이 개성공단에 돌면서 북한 측 관계자들도 매우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 정부가 아닌 종교계나 기업이 대학을 만들어 주면 북한 측이 환영할 것으로 본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11일 광화문 한식당에서 개원 3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개성여성과학디자인대학' 건립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통일과 여성포럼에서도 주제 발표를 통해 남북 공동 개성여자과학디자인대학 건립의 필요성을 주창한 바 있다. 남한 측에서 학교 건립비와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는 형태다.

최 원장은 "우선 우리 주부들이 개성에 아름다운 공원 만들기 사업을 시작할 것을 통일부, 산림청 등에 제안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토양이 좋지 않아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데 주부들이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 대학 설립에 대한 기초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측은 종교계나 기업이 설립 비용을 댄다고 하면 대학 설립을 수락할 것 같은 분위기"라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고 북한 측과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이날 아침 포럼에서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가 강연한 독일 통일의 시사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파엘 대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날 아침에도 통일은 요원하다고 했다. 나도 통일 몇달 전 한국에 와서도 독일의 통일은 멀다, 한국이 먼저 통일을 이룰 것이다고 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통일이라는 말을 전략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통일이란 말 대신 교류라는 말을 썼으며 서독은 독일에 돈을 줄 때 반드시 뭔가를 대가로 꼭 받았다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어떻게 실질적인 교류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개성여자과학디자인대학이 실질적인 교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금숙 원장은 2011년 탈북여성들과 남북여성합창단을 만들어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통일과 여성포럼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원홍 연구위원은 ▲북한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 제한 ▲교육 공간에서의 북한 여학생들의 역할 및 지위 향상 ▲ 과학기술교육을 강조하는 북한 실정 ▲남북협력·교류의 장으로서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개성여성과학디자인대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남북이 공동으로 설립한 북한 내 대학교로는 2009년 평양 인근 100만㎡ 부지에 개교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있다. 2001년 3월 북한 교육청이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에 설립을 인가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은 북측의 교육청에서 추천한 학생들을 선발하며 대학의 최대 수용 인원은 학부생 2000명, 대학원생 600명이다. 그러나 여성기숙사 등 설비 미비를 이유로 여대생은 한명도 뽑지 않고 있다.

이미 북한은 2005년 북한을 돕는 국제기구들에게 단순한 지원을 그만두고 개발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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