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파이낸셜뉴스 안승현 박소연 기자

최경수 북한 지하자원 전문가
“해외 무연탄·철광석 등 남한 年 400억弗 수입
北에 제련시설 투자땐 광물 도입 가능해질 것“

홍순경씨가 1997년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 참사 시절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 그는 "당시 북한 시각으론 남부럽지 않은 시절이었고, 대한민국 시각으론 속고살던 시절"이라고 했다. /책 '만사일생' 중
홍순경씨가 1997년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 참사 시절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 그는 "당시 북한 시각으론 남부럽지 않은 시절이었고, 대한민국 시각으론 속고살던 시절"이라고 했다. /책 '만사일생' 중

"북한 내 철광석은 과거에는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지만 국제 시세가 오르면서 점차 경제성도 개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철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경제성이 떨어지던 북한산 철광석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 기사에 따르면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지난달 24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점차 주목받고 있다며, 석유자원의 매장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자원개발 투자처라고 말했다.

최경수 소장은 지난 1987년부터 20여년간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근무했고 현재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 이후 북한 지하자원에 대한 개발사업과 조사 작업을 전담해 왔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북한에 투자한 정촌 흑연광산 사업을 진행했으며 압동지역 탄탈륨 광산과 단천지역 검덕아연 광산 등지의 사업평가를 수행했다. 현재 북한 지하자원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북한 내 지하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실제 사용가치가 있나.

▲북한에 매장된 철광석 등의 가치가 요즘 들어 굉장히 높아졌다. 국제 가격이 t당 30~40달러 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130~140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호주와 브라질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은 품질이 좋다. 그러나 북한산은 별도의 농축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운 품질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크게 매력이 없었다.

그런데 국제 철광석 가격이 올라가다 보니까 공정비용을 포함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세계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철광석도 모두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하면서 철광석을 가루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산 철광석은 가루로 만들어서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

―북한 지하자원의 품질이 낮은 수준인가.

▲그렇지는 않다. 광물별로 다 다른데 철광석의 경우 언급한 것과 같은 상황이지만 나머지는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들과 차이가 없다. 아연이나 동 등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에서는 석탄이 많이 나오는데 무연탄의 질이 특히 좋다. 가장 많이 수출되는 것이 무연탄인데, 중국이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무연탄 외에 다른 대표적인 광물 자원들은 어떤 게 있나.

▲무연탄, 철광석 외에 아연, 동, 마그네시아 같은 것들도 매장되어 있다. 또 중국과 같은 대륙붕이니까 석유 매장 가능성도 있다. 희토류도 매장되어 있지만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상태다. 아주 오래전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광산이나 공장들이 있을 뿐 지금은 노후돼서 사용이 어렵다. 광물자원은 채굴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상품으로 쓰기 위해 선광 및 제련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술이 부족하다.

―북한 지하자원을 우리가 이용하는 게 가능한가.

▲우리는 연간 지하자원을 400억달러 넘게 수입하고 있다. 무연탄은 800만t 이상 수입하고 철광석은 5600만t, 아연도 200만t 정도 수입한다. 비금속 외에 나머지는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와 가깝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물류비가 훨씬 쌀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선광.제련 기술에 대한 시설 투자를 해서 상품화하는 공장을 세우면 광물자원을 수입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지하자원을 가져오는데 광석 자체로 수입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모두다 가공을 거쳐서 들어온다. 우리가 북한에다 가공 공장을 설치하고 합자형태로 회사를 세우게 되면 광물 수입도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광물 가치 추산 금액은 얼마나 되나.

▲우리가 최근에 업데이트한 것을 기준으로 보면 6500조원 정도다. 석탄과 마그네사이트, 석회석 등 비금속자원의 잠재가치가 가장 크다. 철광석, 동, 아연 등 금속은 그 다음이다. 금, 은 등 귀금속도 잠재가치가 상당하다. 다만 잠재가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잠재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경제적 가치가 아니다.

현재 북한의 광물은 중국이 헐값으로 사고 있다. 북한은 중국 외에 달리 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수요자 입맛에 맞는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가격이 100달러라고 하면 중국이 80~90달러를 제안한다. 작년에 북한이 중국에 18억달러의 지하자원을 팔았다. 북한의 지난해 무연탄 생산 능력이 2580만t인데 이 중 1680만t을 중국에 팔았다. 품질도 떨어지고 납기일을 맞추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빌미로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광물을 매개체로 한 남북 교류 확대의 현실성 있는 모델은 어떤 것인가.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위해서는 지하자원 자체뿐 아니라 전기 등 기반도 같이 가야 한다. 정부를 끼지 않고는 힘들다. 민간 차원에서 발전소를 짓고, 송전 시설을 연결해서 광산을 개발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 지하자원 사업은 과거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호주나 캐나다 같은 곳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그쪽에 좋은 프로젝트가 더 이상 없어지면서 점점 아프리카나 남미처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 등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패키지로 진출해도 사업성이 있어서다. 북한도 남북 간 이념적인 문제를 빼놓고 생각한다면 매력적인 투자처다. 가깝고 말도 통하고 숙련된 기술자와 광산도 있는데 인프라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약력 △59세 △전남대학교 대학원 공학박사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포스닥(박사후과정) △중국 중남대 연구교수 △한국광물자원공사(남북자원협력단장)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자원개발실장) △포스코켐텍 고문 △북한자원연구소 소장(현) △코리아 DMZ협의회 공동대표(현) △북한자원포럼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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