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과 교류확대는 그들의 맺힌 한(한)을 풀어주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면엔 중혼(중혼)과 상속 등 복잡한 법률 문제가 남아 있다. 통일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언제든지 전면에 부상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호적=북한에 있는 가족을 호적에 올릴 수 있는지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98년 대법원이 펴낸‘북한의 가족법’연구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살아있는 가족이 남한 호적에 올라 있는 경우라면 절차를 밟아 호적을 되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북 가족에 대해 사망신고를 했으면 호적 정정 신청으로, 실종선고된 경우라면 실종선고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남한 호적에 올라있지 않은 북한 가족을 호적에 올릴 수 있는지 여부는 법률적으로 불명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남한으로 내려와 재혼한 아버지가 북한에 두고온 자식을 호적에 올리고 싶어도 법률상‘혼인외의 자식’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55년쯤 호주제도와 호적제도를 폐지하고, 우리와 다른 신분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혼(중혼)과 상속문제=호적에 있어 배우자의 경우는 더 복잡하고 불명확하다. 남한에서 새로 결혼한 사람이 북한의 옛 아내를 호적에 되살리려 할 경우 민법이 금지하고 있는 중혼(중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는“전혼(전혼)의 부활을 인정하지 않거나 중혼 상태를 유지하되, 전혼과의 관계에서는 상속이나 부양청구를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혼인의 효력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많다. 분단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혼인관계가 형성된 만큼 두 배우자 중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속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행법상으로만 보면 북한 거주민도 호적 회복을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가 북한지역을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한의 아버지가 북한의 자식에게 상속을 한다고 해도 실제 상속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호적과 상속문제 등에 아직 뚜렷한 해답은 없는 상황”이라며 “통일 논의가 진행되면 민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부동산 문제=통일 논의가 구체화되면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사안. 일제시대 땅문서를 가지고 대부분 국가소유로 돼 있는 “북한의 내 땅 돌려달라”는 사람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누구도 언급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통일 방식과 형태에 따라 처리 문제가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동독의 땅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주에게 반환하고 예외적으로 금전 보상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막대한 보상비용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원규기자 wk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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