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햇볕정책으로 북한 최고위층과 관계가 좋아지고 남북교류가 활발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주입된 것이 북한의 도발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최근 빈발하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서도 응징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돈을 좀 주고라도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혹시 전쟁이라도 일으킬지 모른다’고 노심초사하면서 북한 김정은은 전쟁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전쟁 공포증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 초반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둘러싸고 국제적 갈등이 빚어져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했을 때 내가 살았던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압록강 변 집들의 값이 대폭 치솟았고, 많은 사람들이 압록강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으로 대거 이사를 한 적이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으로 도망가려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최근에도 북한 주민들은 상당한 전쟁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은이 시도 때도 없이 쏘아대는 미사일과 포격 등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지자 과거 김정일 측근들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도 김정은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철딱서니가 없어서 불놀이를 좋아한다고 비아냥대면서 불을 좋아하는 놈은 불에 타죽기 마련이라고 뒤에서 말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당중앙위 서기실장으로 등용된 배경도 무식한 김정은이가 너무 막나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물불을 못 가리는 김정은을 제어하기 위한 제동장치로 김여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측근들은 만약 김정은이 지금처럼 너무 막나가다가 위험해지면 김정은을 암살하고 김정은보다는 똑똑하고 당찬 김여정이 당중앙위 서기실을 중심으로 정권을 장악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설도 있다.

김정은이 아무리 난리를 치고 작당을 하고 쇼를 해도 북한 주민들의 마음은 움직여지지 않고 날이 갈수록 국제적인 고립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은 김정은의 측근들까지도 전쟁 공포증과 불안에 떨게 하고 있고 이러한 전쟁 공포증으로 김정은의 입지는 더욱더 흔들리고 있다.

최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김정일 시대에는 오직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를 선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간부들의 입김에 의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가 선출되거나 퇴출되고 있다. 특히 중요한 인사 이동에 있어서 김정은의 지시보다는 측근 간부들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북한에서 최근 권력의 이동이 두서없이 갈짓자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바로 김정은의 인사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권력세계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인민군 서열 1번이라는 총정치국장 최룡해는 순수한 민간인 출신으로서 2010년 9월 27일 김정은, 김경희, 김경옥, 최부일, 현영철 등과 함께 인민군 대장이라는 벼락 감투를 썼다. 이어 얼마되지 않아 차수로 승진(2012년4월7일 했다가 대장으로 강등(2012년12월16일)됐고, 다시 차수로 복원(2013년2월6일)이 됐다. 그 이후에도 계속 숙청설, 쿠데타설 등이 무성한 가운데 한동안 잠적하다 올 3월6일 심하게 다리를 절면서 재등장했다. 보는 사람이 정신없을 정도의 갈짓자 행보이다.

또 조직지도부 부부장 류경(상장)이 처형됐고, 총참모장 이영호 차수도 숙청을 당했으며, 총참모장 현영철도 차수-대장-상장으로 재차 강등을 당해 5군단장으로 하방(下放)됐다. 인민무력부장 김격식 역시 4군단장으로 하방을 당했다. 인민보안부장 최부일 대장(상장 강등 2012년11월, 대장 복원 2013년6월), 군총정찰국장 김영철 대장(중장 강등 2012년11월, 대장 복원 2013년2월), 인민무력부장 장정남 대장(상장 강등 2014년2월, 대장 복원 2014년4월) 등도 강등과 복원을 거듭했다. 아이들 군사놀이도 아니고 별을 떼었다 붙였다하는 코미디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러하다보니 김정은의 지시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고 김정은 독단으로 인사권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오히려 간부들이 단합하여 인사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러한 권력 누수와 권력 불안정이 북한에 민주주의 질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보는 것이 지나친 욕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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