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은 7일 합참 작전지휘실에서 북한의 무인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전군(全軍) 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 북한 무인기가 추락한 지 보름 만이다. 군(軍)은 당시만 해도 "대공(對共) 용의점이 없다"면서 북한 관련성을 부인했다. 무인기 카메라에서 청와대 일대를 촬영한 사진이 나왔어도 '별것 아니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군의 입장이 보름 만에 180도 달라졌다. 김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는 새로운 안보 위협"이라며 "앞으로 이 무인기가 은밀 침투 및 테러 목적의 공격용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우선 현존 전력으로 무인기를 감시·탐지·식별·타격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주민 홍보 및 민·관·군 통합 방위 차원에서 대비 태세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군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참여와 협력까지 끌어내는 총력 대응 체제 구축을 주문한 것이다.

북은 이미 2년 전부터 무인기를 대남 도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은 2012년 4월 열병식 때 무인 타격기를 공개했고, 김정은이 작년 3월부터 1년간 4번이나 무인기 운용 부대를 찾았다. 지난 3월 현지 북한군 관계자가 김정은에게 "소형화한 핵탄두를 싣고 미국과 한국을 단숨에 쓸어버리겠다"고 했다.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5월 '무인기의 청와대 타격 가능성'이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적(敵)의 무인기 도발을 예고하는 징후와 정보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도 그랬다.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일들을 소홀히 한 끝에 북에 크게 당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우리 군의 고질(痼疾)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우리나라를 전방위로 정찰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과 지상 정찰(偵察)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대남 정찰 강화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며, 군에 철저한 대비를 거듭 요구했다.

최근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엔 '3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생산된 순서를 적은 숫자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인기 수십 대가 적어도 1년 전부터 대한민국 하늘 위를 휘젓고 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북 무인기 대응 체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북의 예고된 도발 경고를 흘려보내게 된 군과 정보 당국의 체계 문제, 추락한 북 무인기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일이 벌어진 원인까지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군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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