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2월 태국 방콕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과학기술참사를 지내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홍순경(76)씨. 총 5회로 나눠 정리한 홍씨의 탈출기 가운데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 회에서 홍씨는 갑자기 평양으로부터 날라온 소환 명령에 자신이 누명을 씌고 숙청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 직후 북한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한 뒤 가족과 함께 탈출을 감행하는데…. /편집자 주
북한, 홍씨를 잡기위해 범죄자로 발표
탈출한 지 10여 일이 지났을 때, 태국신문에 우리 가족사진이 전면에 실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콕포스트에 보도된 내용을 읽어보니 내가 범죄자라고 북한에서 발표했다는 것을 알았다.
“행방을 감춘 북한대사관 참사 홍순경은 태국으로부터 쌀 31만 톤을 북한으로 수입하면서 쌀 거래대금 8천만 달러를 횡령했고, 또한 태국에서 마약을 사서 러시아에 가서 팔아 넘긴 범죄자”라고, 북한대사관에서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거짓말! 나를 파렴치한 범죄자로 누명을 씌워서 발표하다니….”
그런데, 북한의 거짓말은 나중에 북한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나중에 태국 경찰 보호 아래 있을 때, 북한은 우리 가족을 북한으로 끌고가려 했으나 태국 법원이 내가 범죄자라는 증거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북한이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자 태국 정부도 우리 가족을 제3국으로 망명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것이었다.
기쁨도 잠시…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게 납치되다
알고있던 미국인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방콕 중심가 글롱산(Klongsarn)에 숨어 있으면서 3월8일 유엔난민구치소를 찾아가 난민수속을 밟았다. 이후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로 망명신청을 하고 싶었다.
“내일 아침 10시에 재방문해서 난민증을 받아 가세요.”
탈출 이후 그렇게 따뜻하게 들리는 말소리는 처음이었다. 언제 붙잡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면서 숨어 지낸 18일 만에, 마치 구세주의 음성을 듣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이 방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한 시가 넘어서야 잠든 꿈속에서 여전히 적들이 나를 추격하는 무서운 악몽으로 허우적대야 했다. 그렇게 비몽사몽이었을 때였다.
“꽝!”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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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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