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이후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강경한 대미비난 공세를 펼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거부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를 거듭 촉구한다는 방침이지만 북한측이 그들 체제문제를 거론한 사실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는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대화제의와 관련, 지난 22일 외무성대변인 담화를 통해 첫 반응을 보이면서 '미국이 우리 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서 침공의 구실만을 찾기 위해 제창하고 있는 그런 대화는 필요 없다'며 '우리는 우리 제도를 힘으로 변경시켜보려고 망상하고 있는 부시 패거리와는 상종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 단호한 대화거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튿날인 23일에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중앙방송 논평 등을 잇따라 내놓고 북-미대화 거부입장을 거듭 밝히는 가운데 `일전불사'를 호언하는 등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부시 패거리와는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부시가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함부로 중상하고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정치체제에 대한 `변경'설까지 들고 나온데 대하여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 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자들과의 대화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또 노동신문은 `악의 제국의 강도적 논리'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악의 축'론은 힘으로 우리(북)를 압살하려는 노골적인 침략전쟁 의식의 발로'라고 주장하고 '우리는 언제든지 한번은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으며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 군대와 인민의 의지'라고 호언했다.

노동신문은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고 '우리는 미국이 부당한 구실을 내대고 조선에서 새로운 침략전쟁을 도발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략자들을 이 땅에서 완전히 쓸어버릴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와 함께 중앙방송도 미국 고위관료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악의 축'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황당무계한 억지궤변'이라면서 미국을 `진짜 테러국가'ㆍ`악의 축 국가'라고 비난했다.

중앙방송은 북한에는 '테러국가나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할 만한 그 어떤 현실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고 더구나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그런 나라로 불릴 만한 실질적인 조건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24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면서 '조선반도에 모처럼 마련된 화해와 통일의 분위기를 깨고 우리 민족에게 또 한차례 전쟁을 강요하려는 미제야말로 조선의 통일에 최대의 방해꾼이며 호전광의 무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주한미군 유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합리화 △한반도 화해ㆍ통일 차단 △북침전쟁 도발 등에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북한의 평양방송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일부터 `미제 호전세력들의 대조선 강경ㆍ압살책동과 그 파산의 불가피성'이라는 제목의 `김일성방송대학 강의'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이와 달리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난이나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의 대화거부에도 미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갖겠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북한의 대화거부에 대한 논평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의제든 협상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매우 분명하다'고 대화 의지를 보였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뉴욕에서 우리 쪽 사람들이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해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접촉은 유지될 것임을 밝혔다.

그렇지만 북-미대화가 당분간 진전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 극히 부정적인 데다 북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정치행사들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대화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분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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