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아시아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23일, 상원에 대해 에너지 개발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며 국내 문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귀임에 앞서 알래스카에 기착해 행한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성공적인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것과 때를 맞춰 상원도 휴회를 끝내, 에너지 안보 현안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인 에너지 종합개발안은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미국의 소비자 보호와 고용창출을 위해 상원이 이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미국인들이 보인 ‘국민적 단합’에도 불구하고, 국내문제를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 차이는 여전해서 부시 행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19~21일 성인 7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응답자의 75%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민주당 응답자의 경우 이 비율은 40%, 무소속은 50%에 불과했다.

연방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서도 공화당 응답자의 75%가 만족스럽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의 경우는 48%였다.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공화당의 4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민주당은 17%만이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한편 다음 주 남미 순방과 5월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외교 과제도 산적해 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23일,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러시아와의 군축협상, 중국과의 관계 개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견제 등 전세계적인 힘의 균형과 관련된 외교적 난제들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동 평화협상과 콜롬비아, 수단 등 폭발 직전의 지역 현안들도 미국이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부시 행정부의 외교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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