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따라 밀입북한 아내를 의심해 살해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살인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6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아내와 북한 조사담당 지도원과의 관계 등에 대한 합리성 없는 의심 때문에 아내의 소중한 생명을 뺏었다"며 "이 때문에 자녀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씨는 자녀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씨의 밀입북 행위는 북한지역에 대한 기독교 선교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존립이나 안전 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상당기간 동안 기회를 엿보다 밀입북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6년 가족들을 데리고 중국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밀입북을 신청했지만 북한대사관 측이 자녀들의 입북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2011년 5월 아내와 함께 압록강을 헤엄쳐 밀입북했다.

이후 이씨는 북한 초대소에 머물면서 '김일성회고록',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 등의 책을 읽는 등 북한 사회주의체제와 김일성·정일 부자를 찬양했지만 얼마 후 아내가 북한 측 당국자와 부적절한 관계라고 의심하고 제3국 송환을 요청했다.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씨는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북한 초대소에서 순탄치 못한 생활을 하던 중 2011년 10월18일 새벽 아내가 밀입북 당시 가지고 온 2만 달러를 북한 당국자에게 몰래 건네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이씨와 아내의 시신은 지난해 10월 판문점을 통해 송환·인계됐고, 이씨는 함께 송환된 다른 밀입북자 5명과 함께 공안당국에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의 죄책이 매우 중한데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아내가 죽음에 동의했다고 진술하는 등 가족을 살해한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이씨에게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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