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옛 동독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시(市)를 찾아 한반도 통일과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공과대학 연설에서 "독일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듯이 한국의 통일도 역사적 필연이라고 확신하며 (통일의) 그날이 반드시 오도록 할 것"이라면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첫째 제안은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이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임신부터 2세까지 북의 산모(産母)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母子) 패키지 1000일 사업'을 추진하자고 했다. 둘째는 북의 농업·교통·통신 등 '민생(民生) 인프라'를 남북이 함께 건설하자는 것이다. 북의 농업·축산·산림 개발을 위한 '복합 농촌 단지' 조성, 북한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과 중국이 참여하는 협력 사업 추진, 한국의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언급했다. 셋째는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이다. 박 대통령은 민간 교류 대폭 확대와 미래 세대 인재를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남북 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남북한과 유엔이 함께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짓자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이런 노력이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을 포기해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이 핵을 포기해야 박 대통령도 본격적으로 이 3대 제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북핵 포기와 무관하게 대규모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의 국제사회 현실이다. 유엔 안보리(安保理)는 잇단 북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대북 제재 결의를 시행 중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 역시 북한과의 금융 거래까지 막는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도 2010년 북의 천안함 도발 이후 일부 예외를 빼곤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의 제안은 현실화될 수 없다.

아직도 북은 핵을 정권 유지의 생명선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북의 김정은이 작년 말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북한은 다른 어느 때보다 국제적·경제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그간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해 온 중국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따르고 있고, 북에 핵을 포기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핵이 정권 유지의 보루가 아니라 정권 붕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제 북도 핵을 고집함으로써 얻는 득(得)과 실(失)을 냉정하게 재평가해 볼 때가 됐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핵 포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을 면밀하게 따져보라는 얘기다. 북이 결단하기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대북 지원 이상의 파격적 국제 지원이 북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 북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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