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우리 군(軍)이 나포한 사건과 관련, 북한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정부를 재차 비판했다. 북한은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또 언급했다.

노동신문은 30일 이번 사건에 대한 주민과 군의 반응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야만행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인민군 군관 김경호의 명의로 된 주장글에서 “지금 박근혜는 유럽 나라들을 돌아치며 그 무슨 ‘통일’이니, ‘공동번영’이니, ‘교류’니 하는 낯간지러운 수작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띄우면서 속에는 독을 품고 우리를 해치려고 발광하는 박근혜의 그 뻔한 흉심을 우리는 낱낱이 꿰뚫어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했다.

또 노동신문은 김혁찬이라는 북한 주민의 이름으로 우리 군이 “항로를 잃은 평화적인 어선을 강압적으로 끌어가 쇠몽둥이로 선원들을 실신시켰다”며 “그 뒤에는 괴뢰 당국이 있다. 최근의 삐라살포행위나 우리 선원들에 대한 폭행 사건이나 다 당국의 작간(작전)에 의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군은 27일 오후 5시 26분쯤 북한 어선이 백령도 동방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1.8km가량 월선한 뒤 지속적인 퇴거 요구에도 불응하자 오후 8시쯤 나포했으며, 28일 새벽 2시쯤 북한으로 송환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 인민군 총참모부는 28일 “이번에 남조선군부 호전광들이 우리 어선을 강압적으로 나포하면서 놀아댄 무지막지한 깡패 행위와 우리 인원들에게 가한 비인간적이고 야수적인 만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스쳐지나지 않을 것. 우리 군대는 남조선 해군 깡패무리들이 저지른 치떨리는 만행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최근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박근혜가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아무 말이나 제멋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분별과 이성을 찾고 언사를 삼가는 버릇부터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비판 강도를 높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비방중지 등 남북 관계 개선을 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는 전술이 잘 먹혀들지 않자 압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위협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고, 박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북핵 불용' 등에 대해 국제사회와 유대를 강화하는 모습도 좋지 않게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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