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최근 국제언론이 평양에서 스위스 전통 음식인 ‘퐁듀’ (fondue)를 파는 식당이 생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별무리’ 식당에서 ‘퐁듀’를 시식한 외국인 관광객들에 의하면 맛이 아주 괜찮다고 합니다.

‘퐁듀’는 스위스 전통 음식으로 온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스위스뿐만 아니라, 스위스 이웃나라인 프랑스와 이딸리아도 ‘퐁듀’ 원산지라 주장합니다. ‘퐁듀’는 밥상 가운데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치즈나 초콜릿을 녹여서 먹는 요리입니다. 치즈 ‘퐁듀’를 먹을 때 치즈를 녹인 후 빵을 찍어서 먹고 훈제 소시지와 햄과 같이 먹을 수도 있습니다. 17세기에 알프스 산맥과 같은 고지대에 살던 유럽 사람들이 발명한 ‘퐁듀’는 열량이 많은 음식이라 날씨가 추울 때 먹으면 더욱더 좋습니다.

지난 15년동안 평양에서 여러 외국 음식점들이 생겼습니다. 약 5년전 평양 금성네거리에 영어로 하면 ‘패스트푸드점,’ 즉 ‘속성음식센터’인 삼태성청량음료점이 개업했습니다. 그 음식점 메뉴판에는 미국에서 유래된 햄버거를 ‘다진 소고기 빵,’ 또는 유럽에서 유래된 와플을 ‘구운빵지짐’이라고 북한식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약15년 전부터 언론에서 북한의 외국 음식점, 편의점, 맥주 생산, 호프집과 골프장에 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년동안 김정은 정권하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여 건설한 놀이기구나 스키장에 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13년 전 북한 정부는 중고 맥주 양조장을 영국의 ‘브리티시 어셔즈’(British Ushers)라는 회사로부터 수입했습니다. 평양 동쪽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든 ‘대동강 맥주,’ 특히 생맥주는 평양의 호프집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아직 북한에 프로 골프 선수들은 없지만, 북한의 언론은 평양에 있는 골프장은 길이가 7천미터로 국제 수준에 맞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약 9년 전 식량 위기가 심한데도 북한의 대학에는 햄버거가 등장했다고 했습니다. 외래어를 안 쓰려고 하는 북한에서는 ‘햄버거’를 지금 ‘다진 소고기 빵’이라고 하지만, 그 땐 ‘고기겹빵’이라 불렀습니다. 또한 북한 정부는 9년전부터 ‘고기겹빵’ 공장까지 만들어 햄버거 대량 생산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햄버거는 먼저 고위층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명문대인 김일성 대학에서 시작되어 다른 대학에도 보급되었습니다.

바쁜 직장인이나 배낭 여행객,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햄버거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햄버거가 먼저냐, 자유 시장 자본주의 경제가 먼저냐” 라는 말까지 낳았습니다.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경제를 상징하는 다른 식품처럼 햄버거도 정부의 중앙 계획으로 유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인이 맛있고, 값 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햄버거가 생겨난 것입니다. 또 성공적인 햄버거 연쇄점을 설립한 사람은 영리하고 재능이 많은 개인 기업가들이지 중앙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데도 북한 사람들이 스위스 전통음식인 ‘퐁듀’나 북한에서 ‘다진 소고기와 빵’이라 불리는 햄버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음식이 온 국민이 겪고 있는 식량 위기를 왜곡시키고 북한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만 사용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학교 때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농구, 승마, 잔디 조경, 놀이 기구와 스키장을 좋아합니다. 평양에 위치한 스위스 전통음식인 ‘퐁듀’ 전문점이 생겼다는 것도 북한 지도자의 유학 시절 체험과 관련이 있을지 도 모릅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평양에 위치한 외국 음식점이나 놀이 시설보다는 우선 25년전 공산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동유럽 나라들처럼 경제 개혁 정책을 충실하게 이끌어나가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