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지원금 끊길 우려에 신고도 못해
배신감과 대출금 이자에 고통 호소


성공한 탈북자의 상징이었던 한성무역 한모(49) 대표가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금과 투자금을 챙겨 잠적했다.

26일 파주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한성무역 투자자 및 직원들은 지난 22일 회사에 모여 대책마련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사태 수습 중이다.

한 대표는 교하읍 상지석리에 위치한 공장부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200억원을 대출받고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투자금 100억원 등 수백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여직원 3명과 함께 중국 출장을 갔다가 귀국예정일인 22일 중국 선양의 한 호텔에서 실종됐다. 가방 등 짐은 모두 호텔에 그대로 둔 채 한 대표만 홀연히 사라졌다.

함경북도 출신인 한 대표는 북한에서 탄광에서 일하다 지난 2002년 탈북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내던 한 대표는 지난 2003년 자본금 1500만원으로 한성무역을 창업, 중국을 대상으로 세제나 비누 등 생활용품을 수출해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임직원 80%가 탈북출신으로 채용해 성공한 탈북자의 상징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한 대표는 탈북 후 현재 부인을 만나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한 대표는 탈북자들에게 연 18%의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해 왔다.

투자자들도 선뜻 고발장을 내지 못해 정확한 피해액은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로만 구성된 투자자들은 투자금액을 밝힐 경우 정부에서 받는 정착금 등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출처 역시 밝히기 꺼리는 탈북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매달 내야 하는 이자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아직 잠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한 대표가 중국 호텔에서 사라져 영사관 등을 통해 소재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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