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태국 방콕에서는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잇따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회담

미·북 회담에 앞서 열린 40분간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올브라이트 장관과 이 장관은 미·북 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에 대해 사전 조율했다. 미국은 미·북 회담에 대해 “상견례 형식으로 만나는 것으로 앞으로 유사한 접촉이나 회담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고 정부의 한 당국자가 전했다. 한·미 양국은 특히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개발 포기설’과 관련, 한·미·일 3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또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SOFA) 논의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장관은 “최근 주한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사건 등 개별적인 사안들이 한국내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결단으로 양국이 만족하게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고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했다고 정부의 한 당국자가 전했다.

◆미·북 회담

사상 첫 회담이어서인지 예정시간인 30분을 훨씬 초과해 1시간 15분동안 진행됐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50년간의 적대관계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그러나 회담 내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우리측 당국자는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테러 지원 중단을 전제로 북한의 국제기구 진출을 돕겠다는 뜻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백 외무상은 지난해 9월 베를린 회담에서 약속한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의 의미를 강조하고, 경제제재 추가완화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 최대의 관심을 모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논의는 했으나 새로운 정보를 얻을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말이 북한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던 ‘위성발사체 지원’ 조건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조건을 들어줄수 없었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한편 올브라이트 장관은 지난달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할 때의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선샤인(sunshine) 브로치에서 벌 브로치로 바꿔달고 회담에 임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소 중요한 행사에 브로치를 통해 의미를 부여해왔다는 점에서 벌 브로치는 ‘꿀과 침’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겠다는 뜻을 표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방콕=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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