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선보인 선전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최고인민회의 13기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선보인 선전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는 잘 치르셨는지요? 김정은체제 들어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라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를 안고 임했으리라 봅니다.

북한에서는 선거에 참가하는 것을 애국의 한 표, 충성의 한 표를 행사한다고 하죠. 때를 같이해 많은 선전문구도 등장합니다. ‘모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로!’ ‘모두다 찬성투표하자!’라는 노골적인 투표독료구호는 기본입니다.

이번에는 이런 호소들도 보입니다. ‘공민들이여, 뜻 깊은 선거장으로 달려가자!’ ‘이 마음, 이 맹세를 안고 한없이 소중한 우리의 인민주권을 반석같이 다지자!’ ‘우리 공화국의 일심단결의 기상을 온 세상에 다시 한 번 떨치자!’

‘공민으로서의 긍지는 정권의 주인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떳떳이 행사할 때 비로소 간직되는 것이다.’ ‘선거는 정권의 주인을 비쳐주는 맑은 거울.’ ‘경애하는 원수님을 이 세상 끝까지 따르고 받들 충정의 한 마음을 자기들의 한 표, 한 표에 뜨겁게 담자!’

강제적인 찬성투표가 끝난 후 이런 결과도 발표됩니다. 유권자의 99.98% 참가에 100% 찬성투표!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세계 유일무이의 꼭 같은 진기록을 계속 세우고 있습니다. 세계기네스기록에 남겨도 ‘손색이 없는’ 현상이죠.

북한은 언젠가부터 외부의 눈을 의식했는지 100%유권자 참가를 99.98%로 바꾸었습니다. 이유는 외국에 나가있는 사람들, 먼 바다에 나가있는 어로 공들, 투표를 할 수 없는 중환자들이 있다는 겁니다. 사실 눈감고 아웅 하는 식이죠. 이들도 투표에 참여하면 무조건 찬성투표 해야 할 텐데, 굳이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말입니다.

선거 때마다 북한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골 표현도 있습니다.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서인데 보통 ‘집행부의 복안을 발표해 주십시오.’가 바이블 언어처럼 되풀이 되면서 쓰이죠. 당에서 다 알아서 간부사업 해 후보자를 찍는데 시간낭비하지 말고 빨리 요식행위를 진행하자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또 가관인 것은 진행자들이 진행과정 찬, 반을 물을 때 고개를 들어 찬, 반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일사철리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찬성, 반대, 없습니다.’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운명을 결정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조선노동당은 수자에 대한 집착, 미신에 대한 믿음도 대단합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후보자로 등록된 선거구도 111호라면서요. 1호 행사, 1호 사진, 1호 도서, 모두 김 부자를 뜻하거나 관련된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일은 지난 대의원선거에서는 제333호선거구에서 투표했습니다. 10기 때는 제666선거구에서 ‘선출’됐구요. 2003년 11기 선거 때는 649선거구에서 당선됐는데 당시 북한신문 민주조선은 ‘649는 무심히 대할 수 없는 숫자라며 세 숫자를 곱하면 216이 되고, 거꾸로 9와 4를 곱한 뒤 6을 더하면 42(김정일 생일연도)란 숫자가 된다.’며 우상화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반 주민들은 손 없는 날 시집장가도 못 가게하고 있죠. 이것이 바로 나라와 인민은 망해도 김 부자 3대만 건재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북한식 ‘이민위천’인가 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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