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남한 주민들의 고통이 커집니다."

라종억(67)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9일 "통일을 바라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탈북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절실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통일문화연구원은 조선일보와 함께 11일부터 탈북 청년을 위한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분기별로 탈북 청년 30명을 선발, 경제·사회·문화 분야 소양 교육과 통일 대비 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라 이사장은 "식당에서도 조선족 동포는 쓰지만 탈북자는 채용하기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고통과 박해를 많이 겪은 탈북자 역시 타인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11일부터 조선일보와 함께 탈북 청년을 위한‘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윤동진 객원기자
11일부터 조선일보와 함께 탈북 청년을 위한‘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윤동진 객원기자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8년 통일문화연구원을 설립했다.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와 부산여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주민이 가졌던 심리적 불안이 가시지 않아 독일이 지출해야 했던 사회적 갈등 비용이 엄청났다"면서 "탈북자에 대한 온정적 접근보다 현실적인 교육을 통해 독일 같은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라 이사장은 탈북자에 대한 경제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2만6000여명의 탈북자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통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면서 "스스로 먹고살지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도 이해 못해 불평·불만만 늘면 결국 탈북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남한 주민에게 고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탈북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탈북자들이 남북 통합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라 이사장은 "북한 주민과 수시로 연락하는 탈북 청년들은 남북 주민 간 문화적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화합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은 대박'은 결과만 놓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노다지를 캐려면 얼마나 많은 땅을 헤집어야 하고, 잭팟을 터뜨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겠습니까. 그만큼 통일 준비를 위해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많은 이가 동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라 이사장의 부친은 '백봉 신사상'으로 유명한 라용균 전 국회부의장(1984년 별세)이다. 형은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라종일 전 주일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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