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4년 특집… '투자의 神' 짐 로저스 인터뷰

-통일한국에 투자해야 할 3대 이유
①최고의 南北 인적자원
②매력적인 북한 천연자원
③물류허브로 최적인 지정학적 위치

-東獨 투자할 때도 미친놈 소리 들어
통일은 저출산 한국의 탈출구… 휴가 하루라도 내서 아이 만들어라

"최고의 인적자원, 잠재력 있는 천연자원, 아시아 물류 허브로 최적인 지정학적 위치…. 이런 경쟁력을 지닌 나라가 지구 상에 또 어디 있는가? '통일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나 혼자 투자를 독점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Rogers· 72)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통일 한국 투자론'을 이렇게 정리했다. 로저스 회장은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한 '통일 한국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 등의 발언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통일 한국 시대'를 위해 각종 투자를 서두를 것"이라며 "통일 한국은 앞으로 10년, 20년간 그 어떤 나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막식 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누차 언급한 기조연설을 들으면서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이는 세상에 엄청난 붐(boom)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5~6년 전부터 '북한은 유망한 투자 대상'이라고 주장했던 그가 지난해 초 싱가포르 국제동전전시회에 나온 2000만원 상당의 북한 금화를 모조리 사들이자 국제 금융가에선 '북한 붕괴'를 읽은 '첫 삽'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하지만 통일 한국에 거의 3억달러(약 3212억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쏟아붓고 싶다는 이야기엔 반신반의(半信半疑) 눈빛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았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전제 자체에 의구심을 보내는가 하면, 일부에선 너무 상황을 낙관한 '허언(虛言)'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달러 멜빵’매고… -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세계적 투자가답게 달러화 지폐가 그려진 멜빵을 매고 나타났다.‘통일은 대박’이라는 그의 말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제발 내가 미쳤다고 더 소문 좀 내달라. 통일 한국이 되면 투자 경쟁자가 늘어날까봐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태경 기자
‘달러 멜빵’매고… -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세계적 투자가답게 달러화 지폐가 그려진 멜빵을 매고 나타났다.‘통일은 대박’이라는 그의 말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제발 내가 미쳤다고 더 소문 좀 내달라. 통일 한국이 되면 투자 경쟁자가 늘어날까봐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태경 기자
그는 "날 비판하는 이들에게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며 웃었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말이다. 그들에게 제발 내가 미쳤다고 더 소문 좀 내달라. 통일 한국이 되면 경쟁자가 시장에 모두 뛰어들어 내 투자 비중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다들 '헛소리'라고 하는 게 정답일 때가 있다."

젊은 시절 일화를 예로 들었다. 1988년 그가 '곧 통일될 것'이라며 동독에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도 주변에서 '미친놈'이라며 비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통일 동독이 성장기에 접어들자 모두 '투자 비법을 알려달라'며 매달렸다고 한다. 또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뒤 곧바로 이듬해 상당 금액을 투자해 쏠쏠한 이득을 본 경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 한국에 대한 투자는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수익 사업'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짐 로저스는 인터뷰 중 '통일 한국' 이야기를 하면서 '번영(prosperous)'이라는 단어를 열 번도 넘게 썼다. '통일=번영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왜 통일 한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일까. 그는 대표적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인적자원'을 꼽았다. "북한의 노동력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똑똑한 데다 훈육(discipline)도 잘 돼 있고, 교육도 잘 받았다.

남한은 이미 알듯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이 빚은 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데다가 삼성, LG,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포진해 있고, 자본도 풍부하다. 지금 전 세계를 둘러봐도 통일 한국과 비교해 투자 가치가 더 나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북한의 천연자원과 아시아 교통·물류의 허브 가능성도 투자처로서 통일 한국이 매력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북한에 투자하고 있을까. “난 미국인이기 때문에 북한에 투자할 수 없다. (경제 제재 조치 때문에) 미국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난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웃음). 이 때문에 지금 투자가 가능한 것, 주화와 우표(coins and stamps)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 작년에 금화를 산 것도 언젠가 북한이 붕괴되면 그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우회 투자의 꾀를 내고 있다. “현재 생각하는 건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 한국 기업 등에 대해 투자하는 방법을 물색해 보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 진출해 돈 버는 건 실질적으로 러시아와 중국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진행하고 있는 유라시아 철도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깊이 고려한 바 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쉴새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던 그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저출산이 계속되면 한국은 언젠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통일은 저출산의 탈출구도 된다. 멀리 베트남에서도 신부를 데려오는 판인데, 아름다운 북한 여성들과 어렵지 않게 가정을 이룰 수 있지 않은가! 부럽다!”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투자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그는 이런 당부로 답을 대신했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하루 휴가라도 내서 아이를 만들어라. 안된다면 점심 반나절이라도 집에 들러 힘써라. 난 60년 동안 ‘아이란 인생의 트러블’이라 생각했지만 60세에 애를 낳고 보니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두 딸이 내가 가장 잘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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