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제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주제는 '하나의 한국, 더 나은 아시아'이다. 행사에 참석한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은 "한반도 통일은 새로운 아시아 시대를 여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새로운 통일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해 동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번영의 불빛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제가 꿈꾸는 한반도 통일 시대"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기조연설에서 "통일은 아시아 지역 전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 문제는 그간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공개적 통일 논의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그 결과 통일 논의는 주로 각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이뤄져 왔고, 그 내용도 막대한 규모의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 들어 우리 내부에서부터 통일 관련 금기(禁忌)가 하나둘 깨지기 시작했고, 이번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를 통해 국제 지도자들이 통일 논의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제사회의 협력 없이는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남북통일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번영에 기여할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가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3일에도 사거리 500㎞가 넘는 스커드급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최근 열흘 새 세 차례나 미사일과 방사포를 쐈다.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런 북한이 스스로 핵·미사일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가능성은 없다. 앞으로 국내외적으로 진행될 통일 논의가 지금의 안보 현실에서 눈을 떼서는 절대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얼마 전 조선일보 1면에 실린 불 꺼진 북녘 사진에 대해 언급하며 "어둠에 휩싸인 한반도 북쪽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에 나온 한반도 북쪽은 대한민국과 중국 동북 3성의 환한 불빛 무리 사이에 놓여 있는 어둠의 바다였다. 바로 이 북녘 땅에 희망의 불빛을 밝힐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와 통일 논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