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지난 17일, 최종 보고서를 통해 북한정권의 인권침해를 반(反)인도적 범죄와 정치적 집단학살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북한인권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년간 탈북자 등 320명을 면담해 만든 이 유엔 보고서에는 9가지 분야에 걸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가 상세히 명시돼 있습니다.

유엔조사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북한정권에 대해 반인도 범죄 책임자 처벌을 통보하고 유엔안보리에 대해서는 김정은 등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으며 중국을 향해서는 탈북자의 강제송환 금지 등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정치적 음모의 도구라며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유엔이 북한 반인도적 범죄자들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고 이제는 북한 주민 보호책임이 국제사회에 있다고 판정한 것은 처음있는 일로써 세계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하겠습니다.

이에따라 조사위원회는 앞으로 유엔 안보리가 이 반(反)인도 범죄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과 유엔의 북한주민 보호책임 이행을 권고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렇더라도 북한정권이 느낄 국제적 압박감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유엔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해 즉각 북한 인권유린의 잔인한 현실을 명확히 문서화 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북한 인권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많은 단체들도 일제히 환영을 표시하고 조사위원회의 권고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남한 국회에 10년 동안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 제정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함으로 국제사회가 보호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세계 주요 지도국(G-2)으로 발돋움하는 중국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김정은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사위원회가 모든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 권고할 것”이라며 “당신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범죄는 나치가 저지른 범죄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커비 위원장의 이 말은 마치 경찰이 범인에 관한 조서작성을 마친 뒤 마지막 경고를 보낸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조사위원회의 권고내용은 유사한 선례가 있는 것이어서 적당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기나라 국민 30여만명을 학살한 수단의 오마르 하산 아마드 알바시르 대통령은 반(反)인도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제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 극악한 독재자였던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도 유엔의 국민보호책임 결의에 따라 연합군이 시민군을 지원함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북한이 핵문제로 인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인권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 제소문제까지 겹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정은 체제에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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