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법영상물의 보급에 밀려 한동안 빛을 잃었던 소형 라디오가 북한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값도 눅(싸)고 감추기도 용이해 외부세계 소식에 목마른 북한 주민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법영상물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장마당에서 소형 라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소형 라디오는 밀수를 통해서만 들여오기 때문에 장마당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22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그렇지만 주민들의 폭발적 수요로 하여 앞으로 밀수를 통한 대량 유입이 예상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형라디오는 간첩혐의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지만 불법영상물을 볼 수 있는 장치들에 비해 값이 훨씬 눅(싸)고 감추기에도 편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형라디오의 경우 장마당에 흔한 건전지(배터리)만 넣으면 3~4개월은 거뜬히 들을 수가 있어 정전이 잦은 북한에서 외부세계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물건이라고 소식통은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장마당에서 DVD(녹화기)나 ‘노텔(DVD플레이어)’의 값은 보통 중국인민폐 400원 안팎”이라며 “대신 소형라디오는 인민폐 25원 정도로 눅은 값이었는데 지금은 인민폐 100원을 주겠다고 해도 사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영상물 단속과 처벌이 엄해지면서 장마당에서 몰래 팔리던 ‘노텔’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400원에서 250원까지 내렸지만 소형라디오의 가격은 반대로 몇 배나 크게 올랐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불법영상물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외부세계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알려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형라디오는 불법영상물에 비해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하지만 외부소식을 알리는 데는 아주 효과적이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더욱이 소형라디오는 중국에서 인민폐 8원이면 살 수 있는데 북한 장마당들에서 인민폐 100원까지 받을 수 있어 밀수꾼들에게는 매력 있는 돈벌이 감이 아닐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러한 사정들로 미루어 보아 이제 여름만 되면 반드시 밀수 길이 열리고 국경을 통해 소형라디오가 대량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중앙의 입장에서 보면 소형라디오의 확산은 불법영상물보다 더 큰 골칫거리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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