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 준비 기구가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2년 전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이후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북 급변 사태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정도다. 24년 전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벼락처럼' 통일을 맞을 가능성을 누구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70년 가까이 분단이 이어지면서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모든 방면에서 이질적(異質的)인 체제가 됐다. 헌법과 각종 법률, 화폐, 사법체계, 행정조직과 기구, 군사(軍事) 문제, 외교관계, 교육 시스템, 문화 통합 등 '통일 한반도'에 대비해 미리 얼개라도 짜놓아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전 준비 없이 통일을 맞을 경우 겪을 혼란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남북 간은 물론 우리 내부에서조차도 통일 준비는 백지상태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대 정부들은 북한의 반발, 우리 내부의 정파적·이념적 노선 차이 등을 이유로 통일 얘기 자체를 꺼렸다. 통일부, 통일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같은 정부 기관·기구가 있지만 구체적인 통일 대비 작업은 거의 없었다.

과거 명망가 위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결국엔 유명무실한 기구가 돼 버렸다. 통일준비위가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 구성과 운영 방식에서 철저히 다른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전문 실무자 중심의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북한 문제는 남남(南南)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만큼 통일준비위 구성을 초당적 차원에서 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통일은 결코 어느 한 정권·정파만의 일이 될 수 없다. 국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특정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 이 기구가 존속될 수 있도록 국회가 여야 합의로 법적·제도적 근거와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통일 말만 꺼내면 자신들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똑같은 트집을 잡고 나설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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