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중국 사회과학원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발전 보고서’란 연구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북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당국이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긴장고조 정책을 시행할 경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도 있고 남한 주도의 통일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생각해보면 이 보고서의 내용은 너무 이례적인 것입니다. 중국 전문가들이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표시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비공개였고 지금까지 이와 같은 주장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악의 경우 정말 북한을 포기하고 남한과 같이 남한식 통일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와 같은 생각은 너무 과장된 것입니다.

물론 중국사회과학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중국이 대북정치노선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는 북한 지도부에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원래 문제가 적지 않았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사실상 중국은 북한의 대외무역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정치문제로 보고 중국 경제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서양회사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중국이 나중에 경제적 지배를 바탕으로 북한 국내 정치에 간섭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장성택 처형은 그 같은 우려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측은 북한에 대한 불만과 짜증이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중국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 주는 정치노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부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지 않고 감정적으로도 북한을 꼭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이고 지정학적인 목적과 이익을 감안했을 때 중국은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요즘 들어 더욱 첨예화된 중국과 미국의 대립입니다.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막고 미군이 조금 더 멀리 주둔하도록 하는 완충지대입니다.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가 암시한 것처럼 중국이 정말 북한을 포기한다면 북한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한반도는 남한의 주도하에 통일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주도하에 통일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중국은 여러 가지 수단으로 통일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통일 한국에서 미국영향력을 줄이는 외교를 시도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조치는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중국 사회과학원의 보고서를 지나치게 중요한 정책의 변화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단계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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