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끝낸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남한 물빼기' 검열에 혹독하게 시달리며 각종 뇌물을 바치느라 남측 가족에게 받은 현금 등을 모두 빼앗기고, 결국 빚더미에 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24일 보도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25일 3년4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종료되면 즉시 북한 당국의 '남한 물빼기' 검열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양 일대에 보름간 머물면서 남한 가족들에게 받은 현금과 현물 등을 당국에 보고하고 사상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남측 상봉자들은 북에 있는 혈육을 위해 현금은 물론 각종 귀금속과 건강식품, 옷가지 등 각종 생필품을 마련해 선물했다.

남한 가족들 중 상당수는 북한 개성공단에서 빠져나간 초코파이가 개당 10달러에 암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번 상봉 기간 중 초코파이를 몇박스씩 들고가 북측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끝난 뒤 북한 통일전선부 요원 등 감시 당국의 갖은 구실잡기로 인해 남한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상봉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은 선물을 뇌물조로 모두 토해내야 한다고 데일리NK는 밝혔다.

한 탈북자는 매체 인터뷰에서 "물건을 하나씩 보자며 괜찮다, 물건들이 좋다고 은근히 요구한다"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가져가라는 말을 안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남쪽에서 받은 선물 중 대다수는 엄격한 세관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당국은 갖은 꼬투리를 잡아 물건들을 압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약품은 한국 글자를 전부 먹으로 지우라고 하는데, 70넘 은 노인네가 그 많은 약통에 적힌 한글을 언제 다 지우나"라며 "고작 몇개 지운 약만 가방에 넣고 나머지는 다 회수당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충성 자금'이라는 명목 아래 남한 가족들에게서 받은 현금을 통일전선부 간부 및 거주지역 당 간부들에게 상납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탈북자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사채업자처럼 드나드는 보위지도원, 보안원들의 시달림은 계속된다"며 "차례로 선물을 주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빚뿐인 상봉자들이 여럿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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