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지난 14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고위급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 중상 중단 및 고위급 접촉재개 등 3개 항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는 등 남북관계가 유화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그 이후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나와 세 가지 문제에 합의한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남한의 대북심리전을 막고 경제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경제난을 극복하며 외교적으로는 남북대화를 지렛대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회담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그동안 남측이 바라던 이산가족 상봉과 북측이 주장해온 상호 비방, 중상중지 카드를 서로 교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회담결과에 대해 ‘북한 최고 수뇌부의 결심이 가져온 결실’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만큼 이산가족상봉은 예정대로 원만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상호 비방, 중상중지 문제는 그 개념, 수단, 방법을 놓고 남북이 입장 차이를 들어낼 소지가 적지 않습니다.

북한입장에서는 남측의 대북심리전이 김정은 체제의 취약점을 폭로하고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방, 중상중지를 남한의 대북심리전 중단으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남한 군(軍)의 대북 FM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심리전 중단은 물론 남한 언론의 김정은 비판 보도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등을 모두 중단하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상호비방, 중상의 대상이 남북간 당국이라고 밝히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법적으로 규제는 할 수 없지만 자제를 권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남한의 대북심리전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에 대한 홍보와 북한체제 모순에 대한 비판 등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시행돼 왔습니다. 북한은 이것을 중상, 비방이라고 단정 짓고 중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홍보와 비판은 중상, 비방과 다른 것입니다.

또 남한은 자유 민주사회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신문, 방송의 북한소식 보도를 정부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헌법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도 정부가 막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남한의 대북심리전 내용이 사실과 진실에 바탕을 두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동족인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민족의 단합과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대남비방 중단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북한은 대남방송과 전단살포 형태의 심리전을 지속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은 남한의 인터넷 공간에 들어와 해킹을 하거나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남한 정치에 개입하면서 국민들에게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등 사이버 심리전을 노골화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중상, 비방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청와대 앞으로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상, 비방문제에 관한 남북한의 인식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과연 남북 쌍방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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