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현춘삼, 신부 이성희.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린 지난 20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 예식장에는 200여명의 하객들이 모여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는 두 탈북자이자 한 가정에 축복의 박수로 새 출발을 축하했습니다.

현춘삼 이성희 부부는 탈북한 지 8년 아들까지 있지만 미국에서 정착해 살면서 결혼식을 제대로 치러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로스앤젤레스 민주평통은 결혼식을 치러주기로 결정하고 2달여의 준비 끝에 이날 20일 두 사람의 결혼식을 성대하게 치러 줬습니다.

고향을 떠나 친척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그저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살던 부부는 이날 200여명의 하객들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탈북자 부부는 모두 다 어머니 아버지 같고, 모두다 형제 자매 같은 뜨거운 가족애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현춘삼: 꿈 같습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북한에서 힘들게 산 거 깨끗이 잊고 미국에서 행복하게 정착하며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모두 이들과는 생면부지의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입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은 탈북자들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서의 힘들었던 생활은 잊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자고 아낌없는 축하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덤덤하게 결혼식을 마친 현춘삼 신랑은 예식장 천장만을 바라보며 애써 눈물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이성희 신부는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행복함과 함께 북한에 두고 온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습니다.

이성희: 아빠 엄마 저 북한에서 결혼식 못한 거 이렇게 했는데, 앞으로 잘 살고,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탈북자 부부는 아들과 함께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신혼여행 경비도 결혼식을 지원한 민주평통이 모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탈북자 부부는 목숨 건 탈북을 할 때, 그리고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할 때, 가슴 졸이며 국경을 넘었던 기억들은 이제 없습니다. 이번 신혼여행은 진정한 생애 첫 결혼식 후, 생애 첫 여행인 것입니다.

자유세계로 넘어와 어려운 경제를 익히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삶에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더 힘차게 생활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현춘삼 이성희 부부는 둘째 아이의 계획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LA-유지승 xallsl@rf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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