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개별상봉, 겨울옷·초코파이·의약품 북측 가족에 선물
세트 선물 "수령님 준비해주신 것"
우리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은 전날 저녁 가족들과의 만찬에 이어 이날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화기애애했다.
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오대양호의 선원으로 탑승했다가 납북됐던 형 박양수(58)를 만난 남측의 동생 박양곤(52)씨는 이날 오찬장인 금강산호텔로 가는 길에서도 형과 좀처럼 떨어지기 싫은 모습이었다.
양곤씨는 "어제도 형이고, 오늘도 형이고. 다시 만나서 좋다"며 그리웠던 형에 대한 애틋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전날 양곤씨는 북측의 형 양수씨를 안고 "행님아"라며 오열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앞서 이날 오전 외금강 호텔 각 객실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을 실시했다.
개별상봉 일정은 양측이 준비한 선물을 주고 받으며, 미처 하지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산가족들에겐 가장 '각별한' 시간이다.
6·25 전쟁 당시 헤어졌던 누나와 두 동생을 만난 평안남도 출신의 김동빈(79) 할아버지는 형제들에게 남쪽 보다 추운 겨울을 나는 혈육들에게 오리털 점퍼를 선물했다.
김 할아버지와 함께 금강산에 온 부인 신명순 할머니도 "(북측이) 춥다니까 며느리한테 선물받은 모피코트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형제·남매인 북측의 정희(82) 할머니와 정순씨, 동수씨는 김 할아버지에게 북측의 술을 선물했다. 대평곡주, 평양술, 백두산 들쭉술 등 3종세트였다. 김 할아버지는 선물받은 북한 술 3종세트를 남측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다 수령님이 준비해줬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역시 전쟁 중 헤어진 북측의 여동생을 만나기 만난 황해도 출신의 김세린(84) 할아버지는 여동생 김영숙(79)할머니와 조카 김기복(51)씨를 가리키며 "다시 만나게 돼 좋다"며 흡족해했다.
김 할아버지과 동행한 딸 영순씨 북측의 식구들에게 김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담긴 사진첩과 의복, 영양제 등을 선물했다. 상봉단의 남측 사전집결지인 속초에서 급히 산 초코파이도 빠뜨리지 않았다.
남측 가족들이 북측 가족들에게 선물한 물건들은 함께 꾸려져 평양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평양에서 가족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한 남측 가족은 "(호텔 방에서) 준비한 선물을 줬더니, 북측의 가족들이 말없이 눈물만 흘리더라"라고 전했다.
일부 남측 가족들은 "달러(미화) 좀 줬는데, 제대로 가져갈지"라며 걱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