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강산에서 진행된 남북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종료된 가운데 상봉 대상자들의 감동적인 만남이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북측 가족 178명이 참석해 약 2시간 동안 재회했다.

상봉 행사는 눈물과 탄식으로 시작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가족들은 감격에 북받친 눈물을 쏟아냈다. 상봉 대상자 중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80%가 넘었지만, 이들은 가족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휠체어와 구급차까지 이용하며 상봉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91세 김섬경씨는 기존 상봉 대상자의 포기로 막바지에 가까스로 상봉단에 합류해 감기를 무릅쓰고 수액을 매단 채 이동식 침대에 누워 집결지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날 상봉단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것은 납북으로 헤어진 가족들의 만남이었다.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 선원 박양수(55)씨와 최영철(68)씨는 각각 동생 박양곤(52)씨와 형 최선득(71)씨를 만났다.

부모님과 큰 형이 모두 세상을 떠나 홀로 형을 만나러 상봉장을 찾은 박양곤씨는 사전 인터뷰에서 “형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다가 10여년 전 북한에서 온 사람에게서 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형은 생업에 도움이 될까하고 어린 나이에 떠밀려 배를 탔다가 납북됐다”고 눈물지었다. 이날 박양곤씨는 “얼굴을 보게 해줘 고맙다”며 형 양수씨를 연신 껴안았다.

셋째 동생인 최영철씨를 만난 선득씨는 남쪽에 있는 형제 최영득(72)씨와 자신의 아들 최용성(43)씨가 쓴 편지를 전했다. 최영철씨는 북한에서 결혼한 부인 박순화(60)씨를 소개하며 그리움과 애틋함을 나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이산가족 최남순(64)씨는 이날 상봉 행사장에서 가족이 아닌 ‘남’을 만났다. 북한에 있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최남순씨는 아버지 대신 이복 동생들을 찾아헤맸으나,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최덕순(55)씨, 최경찬(52)씨, 최경철(45)씨는 최남순씨의 이복 동생이 아니었다.

최남순씨는 “상봉 상대가 가져온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다”며 “이야기를 들어봐도 우리아버지와 달랐다”고 허탈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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