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존자가 확인된 명단 1번에 등재된 강기주(강기주·90·서울 도봉구 도봉동)씨는 북에 있는 작은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있다.

1910년 평안북도 영변군 고성면에서 태어난 강씨는 그곳에서 결혼해 농사일을 하며 살았다. 1951년 1·4후퇴 때 아내, 두 아들과 피란 내려오다 영변 청천강 근처에서 헤어지는 바람에 아내와 작은 아들(강경희·강경희)은 북에 남겨둔 채 큰 아들 강덕재(강덕재·61)씨만 데리고 내려왔다. 피란 이후 부산에서 재혼해 아들 세 명을 낳고, 그동안 안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전국을 전전하며 살았다.

강씨는 “죽기 전에 고향에 가서 작은 아들 얼굴 한번 보는 게 소원”이라며 “전쟁이 금방 끝나 곧 돌아갈 줄 알았는데 50년 동안 떨어져 지낸 게 한이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이제 다 지난 얘기지만 1·4후퇴 때 손을 꼭 붙잡고 ‘다시 곧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아내의 얼굴을 두번 다시 못 봤는데, 북한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그만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고 말했다. 아들 강씨는 딸 셋을 전부 출가시키고 부인 이옥례(이옥례·여·59)씨와 막내아들 강태호(강태호·25·아주대 4년)씨와 함께 살고 있다. /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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