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 지도부는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주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1월에 신의주 시를 비롯한 14개 경제특구를 설치한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서양의 투자를 환영합니다.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이것은 올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경제는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하여 성장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의 실제 결과를 보면 성공적인 결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 투자된 외국자본은 약 15억 달라에 달하지만 이것은 압도적으로 중국회사들이 북한광산업에 투자한 돈입니다. 북한 정부가 희망하는 서양의 투자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서양회사들은 북한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걸까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핵 개발 때문에 국제사회가 시행하는 대북제재 정책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경제의 내부 문제입니다. 저는 대북 투자를 경험한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실패와 실망의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첫째 문제는 북한 도로, 철도, 통신과 같은 경제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세계 기준으로 보면 북한 철도는 철도라기보다는 철도 역사박물관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포장도로도 거의 없습니다. 북한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도로망, 철도망, 통신망을 건설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의미없는 투자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교통과 통신의 발전은 그 나라 정부의 책임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북한에서 법보다 개인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외국 사업가들은 국가기관과 관계를 맺는 것 보다 이런 저런 간부들과 관계를 잘 맺어야 사업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부들은 하루 아침에 직업에서 물러나거나 다른 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업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의 북한에서는 외국투자자본이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문제나 대립이 생긴다면 북한 재판소에서 외국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는 희망이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중국의 ‘서양’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북한에서 규모가 큰 광산을 개발했지만 이 사업을 완성하자마자 북한 당국에 의해 몰수를 당했습니다. 물론 중국회사는 자신이 투자한 자본을 합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식의 부족입니다. 북한 기술자들이나 노동자들은 기술은 있지만 간부들은 시장경제를 너무나 모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외국사업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근거 없는 압력과 요구사항만 늘어 놓습니다. 또 북한 정부가 시행하는 고립정책 때문에 외국 기술자와 경영자들은 투자대상의 공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북한사회와 정치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많은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