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한국, 더 나은 아시아(One Korea, New Asia)]
월街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 통일 한국에 낙관론

"고령화·저성장 늪 빠진 한국, 도약할 마지막 기회가 통일…
中·홍콩처럼 경제적 통합 후 점진적인 정치 통합 모색해야"

"이미 중국과 홍콩의 투자자들이 우회적으로 북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통일된 코리아가 1970~80년대 남한처럼 폭발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통일을 '위대한 전진'이라고 생각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에 몰릴 것입니다."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제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하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 마크파버리미티드의 마크 파버(Marc Faber) 회장은 통일 이후의 '한반도 경제학'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

"통일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구축되면 건설·유통·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남한의 상당수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통일"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3~4일에 열리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미 북한에 홍콩 및 아시아의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들에 통일이 큰 기회이자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오는 3월 3~4일에 열리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미 북한에 홍콩 및 아시아의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들에 통일이 큰 기회이자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파버 회장은 이번 ALC의 둘째 날인 4일 '통일 한국이 아태지역에 미칠 경제적 영향' 세션에 핵심 연사로 나서 통일의 이익을 경제적 관점에서 파헤친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파버 회장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며 '닥터 둠(Doctor Doom)'이란 별명을 얻었다.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스 홀딩스 회장과 더불어 상품과 원자재 분야에서 세계적 투자가로 손꼽힌다.

그는 "통일을 발표한 그다음 날 아침부터 한국의 (주식)시장은 급상승할 것이며, 엄청난 경제적 붐에 따라 순식간에 거품 경제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파버 회장은 통일되지 않는다면 남한의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명품 등 고가 제품은 일본과 경쟁하고, 값싼 제품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통일 없는 한국'은 암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6~7년 전에 비하면 아시아의 지정학적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며 "상황이 이럴 땐 경제적 통합을 먼저 하고, 점진적으로 정치적 통합을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은 중국과 통합 과정에서 해외직접투자(FDI) 등을 통해 경제적 통합부터 실시했습니다. 먼저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한 뒤에 영국이 중국에 홍콩의 주권을 이양했습니다. 지금 남한은 북한과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고, 기업 등에 대한 경제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파버 회장은 "한반도 통합 과정에서 전 재산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짐 로저스 회장의 생각과 관련, "나는 북한 사업에 대해 확실히 유망하다고 입증된 남한 기업을 선별해 재산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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