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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편 지위 추락 명칭도 변해...'세대주' '새서방' '애들 아빠'에서 '낮전등' '풍경화' '자물쇠'로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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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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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를 도와 시장에 짐을 날라주는 북한남편 / 구글 이미지

2월 14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며, 이 날을 가리켜 밸런타인데이라고 부른다.

북한에는 사회주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남자들을 졸지에 실업자로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가정의 주역이던 남자들의 몫은 고스란히 여성들이 떠안았다. 북한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본다면 남자들은 여성들로부터 선물보다 더 값비싼 혜택을 얻는 셈이다.

'세대주', '새서방', '애들 아빠'

북한의 인구수는 2천3백만으로 남한인구수의 절반정도이다. 과학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의 증언을 따르면 북한 남녀 비율은 6:4로 여성이 더 많다고 한다.

북한여성들은 남편을 가리켜 '세대주', '새서방', '애들 아빠'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부른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침체로 가정유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남편들의 무력함을 유머로 빙자하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다.

공장에서 일하고 월급을 타고 배급을 타서 가정을 유지한 시기에는 남편의 권한이 큰 자리를 차지했다. 왜냐면 가족들이 배급표는 세대주로 인정받는 남편직장에서 지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에서부터의 배급이 끊긴 동시에 남자들의 사명과 위신은 바닥에 떨어졌다. 일터는 자재가 없고 공장이 멎어 생산물이 없으니 월급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지식하게 일만 하던 남자들이 할 만한 장사도 없다.

남편들은 공장에 이름을 걸어두고 농촌지원을 비롯한 보수가 없는 일만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공장에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근자로 낙인되어 생활총화에서 비판을 받고 엄중하면 '노동단련대'에서 힘든 육체노동교양을 받는다.

1990년대 중엽에 이르러 남편들이 차지했던 세대주역할은 자연스레 여성들 몫으로 전환되었다. 여성들은 시장이나 농촌으로 다니며 장사를 해서 온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전반적인 흐름이 여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남편들은 아내의 짐으로 변했다.

'낮전등', '풍경화', '자물쇠'

2012년 남한에 정착한 온성출신 김영희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 남편들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은 커갔다.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정유지라는 무거운 짐을 연약한 여성들이 지게 되면서 종전의 가정적분위기는 점차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시장에 나오면 여성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남편들을 평가한다. 그들은 요즘 남자들은 어디에도 쓸모없는 '낮전등', '풍경화', '자물쇠'라고 칭했다. 낮전등은 해가 비치는 시간에 켜면 쓸모가 없다는 뜻이고, 풍경화라는 것은 벽에 쓸모없이 늘 걸려있다는 뜻이다. 자물쇠는 존재만으로도 문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남편을 비하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 여성들은 남편들을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불렀지만 솔직히 남편들이 미워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남자들이 시장에서 남새나 쌀을 팔 수는 없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조건에서 낮전등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들을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든 것은 북한정권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에 탈북한 평성출신 진옥림씨는 "북한 남편들도 시대에 맞게 변해간다. 몇 해 전부터 남편들이 시장에서 늦게 들어오는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장판도 닦고 아이도 본다. 더욱이 음식장사를 하는 아내를 위해 무거운 짐을 시장까지 운반해주고 저녁에는 꽃제비들이 음식을 도적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내 뒤에 묵묵히 보초를 서는 남편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남편들은 아내가 장사하면 집에서 물을 길어 빨래도 하고 아기 기저귀도 빤다. 요즘에 들어서 아기를 업고 다니는 남자들도 많아졌다. 옛날 같으면 어르신들의 눈치가 보여 그런 행동은 생각지도 않던 남자들도 지금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내의 충실한 방조자', '집안의 든든한 수호자'

옥림씨는 "북한에는 남편들을 낮게 부르는 예전의 말 대신 새롭게 칭송하는 말들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남편을 가리켜 '아내의 충실한 방조자', '집안의 든든한 수호자'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 말은 북한정권에서 김씨 일가를 칭송하는 말로 선전용으로 이용되던 단어들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충실한 방조자' '휼륭한 조언자'라는 구호를 제일 먼저 내건 곳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건물이다. 김정일 생존 시 북한당국은 이 구호를 당에 충실해야 한다는 선전용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강요했다.

이 구호는 지금에 와서 당에 대한 충실성의 존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요즘은 일반 가정들에서 아내를 위해주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남편에 대한 존칭어로 이용되는 추세이다. 수령충성을 강요하는 용어는 현 시대에 와서 어려운 삶을 개척하는 아내와 남편사이에 사랑의 대명사로 바뀌었다.

/박주희 뉴포커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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